[강원] "음악으로 우아한 봉사의 노년을"

  • 홍서표 기자

입력 : 2011.04.13 22:41

원주 실버 윈드 오케스트라… 창단 8년, 평균 연령 62.5세
지휘자는 원주 음악의 산증인

원주에 60세 이상 노인들로 구성된 밴드가 있다. 2004년 창단 이후 8년째 운영 중인 원주 실버 윈드 오케스트라다. 살아온 삶이 모두 다른 어르신들이지만 음악이 좋아 악기 하나씩 들고 모였다. 연간 20회가 넘는 공연을 하며 존재감도 과시하고 있다. 어르신 단원들은 오는 5월 20일 제6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맹연습 중이다.

◆어르신들이 만든 선율

지휘자의 "자 준비하고 하나 둘 셋"하는 소리에 맞춰 "빠~바밤 빠~바밤 빠~바바바~암"하는 악기 소리가 실내를 울렸다.

12일 오후 원주시 노인복지회관 2층. 색소폰, 클라리넷, 플루트, 드럼 등을 갖춘 밴드 단원들이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원주지역 어르신들로 구성된 실버 윈드 오케스트라다.

원주시 노인복지회관에서 실버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김병헌 단장의 지휘에 맞춰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다. /김지환 객원기자 nrd1944@chosun.com

지휘자 겸 단장인 김병헌(75)씨의 지휘봉이 움직이자 단원은 일제히 악기를 입에 대고 맡은 파트를 연주해 나갔다. 잠시 소리를 듣던 김 단장의 지휘봉이 탁자를 '탁! 탁!' 두드렸다. 김 단장은 "더 부드럽게 연주해야지. 다시 합시다"하며 단원들을 지휘했다. 악기 소리가 약해지자 이번에는 "아랫배에 세게 힘을 주고"하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60대의 어르신 단원들이지만 김 단장의 꾸지람이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연주에 몰두했다.

실버 윈드 오케스트라는 2004년 1월 '노년의 여정을 우아하고 즐겁게 봉사하며 생활하자'는 취지로 김 단장이 중심이 돼 창단했다.

30여명의 단원은 최연소가 56세, 최고령은 77세로 평균 연령이 62.5세다. 단원들은 중·고교 학창시절 밴드부를 했거나 군악대 출신, 개인 취미로 악기를 다루던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에 푹 빠졌다.

정기연주회와 행사 초청 연주회 등 연간 20회 이상 공연하고 있다. 매년 외국인 근로자와 장애우 등 복지시설을 찾아 공연도 한다.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행사 초청 공연에서는 연주에 감명을 받은 강원도의 지원으로 드럼과 큰 북 등 필요한 악기도 살 수 있었다.

요즘 실버 윈드 오케스트라는 5월20일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연습하고 있다. 치악예술관에서 90분간 펼칠 이번 연주회에서는 가요와 클래식 등 15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 단장 "음악은 내 인생"

오케스트라를 진두지휘하는 김 단장은 음악교사 출신이다.

1960년 경기도 가평에서 교편을 잡은 김 단장은 1965년 춘천으로 전입하고 나서 줄곧 도내에서 음악교사로 활동했다. 2001년 정년 퇴임까지 교직생활의 20년은 원주에서 보냈다.

1984년 원주 청소년교향악단, 1996년 치악중학교 관현악단, 2000년 원주 정보공고 취타대 및 매칭밴드 창단 등 김 단장은 원주는 물론 강원도 음악계의 산증인이다.

2008년에는 허리 디스크로 잘 걷지 못해 대수술을 받아, 지금도 불편한 몸이지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김 단장은 "단원들이 나이가 많아 호흡량이 부족해 금관 악기를 다루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그래도 음악이 좋아서 모인 단원들이기 때문에 서로 응원하며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 실버 오케스트라는 한 가지 소망이 있다. 언제든지 편하게 연습할 연습장을 갖는 것이다. 지금 연습하는 노인복지회관은 일주일에 두 번, 그것도 오후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김 단장은 "이제 소원이 있다면 쾌적한 전용 연습장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