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피아프로 돌아온 배우 최정원 "피아프를 연기하는 순간은 행복 그 자체."

  • 스포츠조선=김형중 기자

입력 : 2011.04.13 10:10

◇'피아프' 연습장면.
"2년 만에 다시 대본을 읽어보니 아주 새로워요. '아, 이게 이런 뜻이었구나' 하고 속으로 무릎을 칠 때가 많아요. 점점 피아프에 다가가는 느낌…이랄까요."

뮤지컬배우 최정원은 항상 밝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안팎으로 경사가 겹쳤다. 부군(임영근 프로듀서)이 제작한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흥행대박을 쳤고, 자신은 모 침대회사의 CF에 출연했다. 부수입이 생겨 기분 좋은 것이 아니라(?) '22년간 한 곳에서만 정상을 지킨 인물'로 낙점된 까닭이다. 그리고 이제 2년 만에 연극 '피아프'(팜 젬스 작, 오경택 연출)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전설의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1912~1963)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다. 사창가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거리에서 노래를 불렀던 피아프. 타고난 목소리 덕분에 밤무대를 거쳐 세계적인 가수가 됐지만 늘 외로웠고 사랑에 목말라하다 약물중독으로 길지 않은 삶을 마쳤다.

"2년 전 출연제의를 받았을 때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여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역할이지만 피아프처럼 키가 작은 것도 아니고, 성격도 괴팍하지 않고…(웃음). 하지만 그녀가 노래 없이 살 수 없었듯 저도 무대 없이는 살 수 없는 배우라는 점에서 통할 것 같았어요."

연결고리는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었다. 노래와 사랑으로 재능과 에너지를 다 쏟아버린 피아프와 무대에서 마지막 땀 한방울까지 짜내야 직성이 풀리는 최정원은 많이 닮았다.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초연은 성공을 거두었다.

'피아프'는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작품이다. 두 시간 동안 퇴장없이 무대에서 옷만 살짝 갈아입으면서 17살부터 47살까지의 피아프를 소화해야 한다. 혹시 화장실 가고 싶어질까봐 공연 전에는 물도 마시지 않았고, 반주없이 오로지 마이크에 의지해 '장밋빛 인생' '사랑의 찬가' 등 피아프의 노래 17곡을 부른다. 베테랑 배우임에도 막이 내리고 나면 손발이 덜덜 떨릴 정도였지만,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을 때 '왜 이렇게 힘이 넘치느냐'는 칭찬을 들었다. 내공이 단단히 쌓였기 때문이다.

◇2년 만에 연극 '피아프'로 돌아오는 최정원. "피아프와 점점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을 할 때면 솔직히 간지러우면 살짝 긁을 수 있어요.(웃음) 하지만 연극은 그게 안되요. 그게 연극의 매력이기도 하죠."

'피아프'는 최정원이 '아가씨와 건달들'(1989) 이후 출연한 27편의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실존인물이 모델이다.(사실 자신이 정확하게 몇 작품에 출연했는 지 기억하는 배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힘들고,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

"피아프의 삶은 불행했지만 모든 것을 다 쏟아냈다는 점에서 행복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녀를 보노라면 연민과 부러움이 뒤섞인, 묘한 감정이 생겨요. 그녀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살아간다는 사실에 경이감이 들어요."

마지막 커튼콜에 터지는 관객의 박수소리를 먹고 사는 배우 최정원. 무대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그녀가 다시 재생할 피아프가 궁금하다.

연극 '피아프'는 오는 30일부터 6월5일까지 충무아트홀 블랙.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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