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린쌤 "첫 콘서트… 나 지금 떨고 있나요"

  • 최승현 기자

입력 : 2011.04.12 03:05 | 수정 : 2011.04.12 05:28

박칼린, 내달 세종문화회관서 가수로 무대 올라
"내게 가장 중요한 악기는 聲帶… 신장병 앓지만 고통은 잊어
결혼? 오는 남자 안 막는다… 근데, 아무도 안 오더라"

박칼린(44). 지난해 그만큼 대중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은 사람도 드물다. KBS 2TV '남자의 자격―합창단'에서 '칼린쌤'으로 불리며 엄격하지만 따뜻한 리더십을 선보인 게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가 다음 달 9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대극장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디즈 이즈 칼린(This Is Kollen)' 타이틀을 건, '서울재즈페스티벌'의 첫 번째 공연이다.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여는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그는“한국 대중 앞에서는 노래꾼으로 보일 일이 별로 없었지만 사실은 어떤 악기보다 목청으로 가장 열심히 연주를 해왔던 게 바로 나”라고 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11일 서울 성내동 호원대 연구실에서 박칼린을 만났다. 그가 출강하고 있는 대학이다. 박칼린은 "수십년간 내 음악 인생의 가장 중요한 악기는 바로 성대(聲帶)였다. 어찌하다 보니 무대 뒤에서 음악을 지휘하거나 노래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이미지가 굳어져 버렸지만 레게 밴드 보컬부터 동요에 판소리까지 클래식 성악을 제외하고는 모든 장르의 노래를 섭렵해왔다"고 했다.

―어떤 공연이 될까.

"내가 좋아하는 팝과 뮤지컬 삽입곡을 주로 부른다. '남자의 자격'에 함께 나왔던 최재인(뮤지컬 배우), '슈퍼스타 K2' 출신 장재인(가수) 등 평소 친한 선후배들과 듀오, 트리오 형태로도 노래한다. 원래 내가 인정하는 노랫꾼들과 같이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 동료 뮤지컬 배우들과 탭댄스도 출 것이다. 꽤 볼 만한 장면이 될 것 같다."(웃음)

―다른 사람의 노래를 평가하거나 가르치다가 이번엔 직접 대중의 심판을 받게 된다.

"물론 떨린다. 하지만 무대 위에 올라가면 분명히 즐기고 있을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며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한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레게 밴드를 이끌며 새벽까지 클럽에서 노래를 했다."

―'남자의 자격' 시즌2가 만들어진다는데 다시 출연하나.

"최근 제작진을 만나 '작년 한여름이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저와의 관계는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남자의 자격'을 위해서도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합창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지휘자로 나서거나 지휘자 자리 자체를 경쟁의 무대로 만들거나…."

―'정말 잘하는 노래'를 정의한다면.

"노래에 맞다 틀리다는 없지만 더 좋고 나쁘고는 있다. 강조하고 싶은 건 예술이 아무리 주관적이라 해도 기본적인 테크닉은 반드시 익혀야 한다는 점이다. 도구를 갖추고 있지 못하면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 감성으로만, 필(feel)로만 해결하겠다는 노래는 오래갈 수가 없다. 시간이 증명해준다. 그다음이 휴머니즘이다."

―'남자의 자격' 이후 광고 모델, 뮤지컬 연출, 연기, 콘서트 등 여러 일을 하고 있는데 스스로 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오래전부터 이맘때쯤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들이다. 광고 모델은 물론 뜻밖이었지만. 겨우 금융회사 광고 한 편이다. 그리고 요즘 내가 뭘 해도 매스컴의 주목을 받아서 그렇지 사실은 '남자의 자격' 이전보다 요즘 훨씬 여유 있게 살고 있다. 과거에는 먹고살기 위해서 온갖 강의와 레슨을 마다하지 않고 바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난 변한 게 없다. 매니저도 없이 혼자 지방 이곳저곳을 운전하고 다니며 일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지난해 말 신장병을 앓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혀 못 느끼면서 살고 있다. 약은 계속 먹어야 되지만 이상하게 몸의 고통은 완벽하게 잊어버린 상태다. 이러다 어느 날 훅 가겠지. 내 병은 말하자면 신장기능이 과속으로 쇠퇴하고 있는 것이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운동 꾸준히 하고 음식도 조절은 하고 있는데…. 후(한숨을 쉬며), 갑자기 떠나게 되더라도 후회는 전혀 없다. 그동안 잘 살아오지 않았나."

―결혼은.

"좋은 사람 생기면 언제든지 한다. 오는 사람 절대 안 막는다. 그런데 아무도 다가서질 않는다. 평생 거짓말 하나는 정말 많이 들었다. '칼린 선생님 좋은 사람 한 명 소개해 드릴게요'다. 이렇게 말해 놓고는 실제로 소개팅시켜준 사람 100명 중에 단 한 명도 없었다. '팅'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나 사적으로는 정말 여린 사람이다."

인터뷰 도중 박칼린의 전화가 여러 차례 울렸다. MBC가 6월 방영 예정으로 준비 중인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 '댄싱 위드 스타'에 박칼린이 출연한다는 기사가 인터넷에 뜬 뒤 주변 사람들 문의가 쏟아진 것이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런 일 때문에 정말 화가 난다"고 했다. "작년에 잠깐 그런 제의가 왔었지만 출연에 동의한 적도 없고 최근에 아무런 이야기가 오가지도 않았다. 어떻게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느냐"고 했다. 공연 문의 (02)563―0595


☞박칼린은… 한국 첫 뮤지컬 음악 감독… 별명은 '마녀'


1967년 미국에서 박근실씨와 아이렌 박씨 사이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유학생이었고, 어머니는 리투아니아 출신 미국인으로 성악을 전공했다. 아버지 고향인 부산에서 초량초등학교와 경남여고를 다녔다. 미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한 뒤 서울대 대학원 국악작곡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명창 박동진으로부터 3년간 판소리를 사사하기도 했다. 1995년 '명성황후'를 통해 한국 최초의 뮤지컬 음악 감독으로 데뷔한 뒤 '페임' '오페라의 유령' '미녀와 야수' '미스 사이공' '시카고' 같은 유명 뮤지컬의 음악을 책임졌다. 배우들 사이에서는 혹독한 트레이닝으로 '마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난 해 말부터 올초까지 상연된 뮤지컬 '아이다'를 직접 연출했다. 올 11월 개막할 '넥스트 투 노멀'에선 주연배우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