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4.12 00:10
국립오페라단과 정명훈의 만남‘시몬 보카네그라’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이소영)과 지휘자 정명훈의 만남만으로 올 상반기 최고작이었던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7~10일·서울 예술의전당)에 두 명의 평론가가 애정 담긴 칼을 들이댔다. 수준 높은 작품일수록 찬사와 비판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저음(低音) 가수가 4명이나 등장하고, 음모와 납치·암살 등이 뒤섞여 다소 무겁다. 그럼에도 요즘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런던 코벤트 가든, 밀라노 라 스칼라 등 세계적 오페라 극장은 이 작품을 앞다퉈 상연한다. 오페라단의 수준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도 4일간 객석점유율은 80%를 넘었다. 보카네그라 역의 바리톤 고성현이 급성위염에 걸려 첫날과 이튿날은 바리톤 한명원이 대신 무대에 섰다. 리뷰는 첫날인 7일 공연을 평한 것이다.
이 작품은 저음(低音) 가수가 4명이나 등장하고, 음모와 납치·암살 등이 뒤섞여 다소 무겁다. 그럼에도 요즘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런던 코벤트 가든, 밀라노 라 스칼라 등 세계적 오페라 극장은 이 작품을 앞다퉈 상연한다. 오페라단의 수준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도 4일간 객석점유율은 80%를 넘었다. 보카네그라 역의 바리톤 고성현이 급성위염에 걸려 첫날과 이튿날은 바리톤 한명원이 대신 무대에 섰다. 리뷰는 첫날인 7일 공연을 평한 것이다.
[좋다!] 25년 전 지휘 경험 유감없이 발휘… 오페라에 윤기·입체감 불어 넣어
정명훈이 지휘한 서울시향은 제노바 앞 리구리아 해의 파도를 연상케 하는 서곡부터 풍부하고 윤기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오페라의 베이스를 든든하게 깔아줬다. 정명훈은 25년 전 메트에서 처녀 지휘했던 이 중량감 있는 오페라에 입체감을 불어넣으면서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먼저 서막에서 모사꾼인 파올로 역의 김주택이 단단하고 풍부한 성량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빛을 자제한 조명 디자이너 마르코 필리벡은 암중모색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아멜리아를 길러온 피에스코 역의 러시아 베이스 드미트리 벨로셀스키가 등장하면서부터 조명은 드디어 밝아졌다.
1막에서 아멜리아가 통상 나오는 궁전이 아니라 해변 모래사장에서 노래하는 것으로 설정한 마르코 간디니의 연출도 신선했다. 남성미 가득한 이번 오페라에서 가장 돋보인 가수는 아멜리아 역의 소프라노 강경해. 대표 아리아 ‘새벽별은 창백하게 빛나고’에서부터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의 리릭한(서정적인) 목소리는 청아하게 오페라하우스를 울렸다. 테너 박성규의 스핀토한(서정적인 가운데 극적인) 목소리도 앞뒤 가리지 않는 열정적인 아멜리아의 연인 가브리엘레와 잘 어울렸다.
바리톤 한명원은 보카네그라의 카리스마를 표현하기에는 다소 젊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윽한 가창으로, 자애로운 바다같이 넓은 주인공을 창출해 냈다. 10년 후 더욱 깊어질 그의 보카네그라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보카네그라 총독의 의회 장면은 황금과 보라색 의상과 무대를 사용, 매우 화려하고 아름다웠으며 이탈리아 대리석 질감을 훌륭하게 살려냈다. ‘시몬 보카네그라’는 이탈리아인의 전형적인 측면, 즉 모든 것을 초월하는 가족애를 목격할 수 있는 오페라다. 국립오페라단의 ‘시몬 보카네그라’는 그동안 축적된 한국 오페라의 역량을 보여준 중요한 공연이었다. 세계 어느 극장에 내놓아도 찬사받을 만한 걸작을 만들어 냈다. /장일범·음악평론가
정명훈이 지휘한 서울시향은 제노바 앞 리구리아 해의 파도를 연상케 하는 서곡부터 풍부하고 윤기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오페라의 베이스를 든든하게 깔아줬다. 정명훈은 25년 전 메트에서 처녀 지휘했던 이 중량감 있는 오페라에 입체감을 불어넣으면서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먼저 서막에서 모사꾼인 파올로 역의 김주택이 단단하고 풍부한 성량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빛을 자제한 조명 디자이너 마르코 필리벡은 암중모색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아멜리아를 길러온 피에스코 역의 러시아 베이스 드미트리 벨로셀스키가 등장하면서부터 조명은 드디어 밝아졌다.
1막에서 아멜리아가 통상 나오는 궁전이 아니라 해변 모래사장에서 노래하는 것으로 설정한 마르코 간디니의 연출도 신선했다. 남성미 가득한 이번 오페라에서 가장 돋보인 가수는 아멜리아 역의 소프라노 강경해. 대표 아리아 ‘새벽별은 창백하게 빛나고’에서부터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의 리릭한(서정적인) 목소리는 청아하게 오페라하우스를 울렸다. 테너 박성규의 스핀토한(서정적인 가운데 극적인) 목소리도 앞뒤 가리지 않는 열정적인 아멜리아의 연인 가브리엘레와 잘 어울렸다.
바리톤 한명원은 보카네그라의 카리스마를 표현하기에는 다소 젊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윽한 가창으로, 자애로운 바다같이 넓은 주인공을 창출해 냈다. 10년 후 더욱 깊어질 그의 보카네그라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보카네그라 총독의 의회 장면은 황금과 보라색 의상과 무대를 사용, 매우 화려하고 아름다웠으며 이탈리아 대리석 질감을 훌륭하게 살려냈다. ‘시몬 보카네그라’는 이탈리아인의 전형적인 측면, 즉 모든 것을 초월하는 가족애를 목격할 수 있는 오페라다. 국립오페라단의 ‘시몬 보카네그라’는 그동안 축적된 한국 오페라의 역량을 보여준 중요한 공연이었다. 세계 어느 극장에 내놓아도 찬사받을 만한 걸작을 만들어 냈다. /장일범·음악평론가
[글쎄?] 초반 음악 늘어지고 긴장감 부족성악가 위주 가수들 연기력 한계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경이적인 연주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프롤로그부터 1막 1장까지는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서곡은 물에 뜬 기름처럼 불안하게 시작됐고, 그 후로도 마치 ‘2분 더 삶은 파스타’같이 조금씩 늘어진 음악이 흘렀다. 관현악은 무대 위의 가수들과 치열하게 얽히지 못해 긴장감이 덜했고, 결과적으로 이 오페라의 하이라이트인 시몬과 아멜리아의 재회 장면이 음악적인 클라이맥스를 이루지 못해 아쉽다.
젊은 성악가 위주의 가수들은 아름답고 힘 있는 가창을 들려줬지만 노련한 표현력과 깊이 있는 연기가 부족해 드라마적 힘을 약화시켰다. 김주택(파울로)은 빛나는 트럼펫처럼 불렀지만 악당이 아니라 혁명가 같은 느낌을 줬다. 피에스코를 노래한 러시아 출신 베이스 벨로셀스키는 권위의식을 가진 제노바의 대귀족이 아니라 훈족의 왕 아틸라처럼 거칠고 야수적인 분위기만 풍겼다. 시몬 역의 한명원 노래는 설득력 있었으나 총독의 카리스마와 아버지의 연민 사이를 오가는 절묘한 연기력이 아쉬웠다.
간디니의 연출과 그의 이탈리아 무대팀은 기대 이하였다. 무대미술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초반부는 답답하게 느껴졌고, 반면에 의회 장면은 지나치게 휑하게 보였다. 빠른 무대전환을 위해 2막과 3막을 동일한 무대로 진행했으나 결과적으로 큰 실수였다. 대화합을 이루며 끝나야 할 피날레에서 일부 출연진이 분할무대의 구조물에 가려 시각적 의미가 퇴색했다. 결정적으로 비첸차 출신의 이 연출가는 제노바의 앞바다, 리구리아 해의 가슴 시린 풍광을 알지 못했다. 시몬이 목놓아 ‘바다(일 마레)’를 외치는 동안 관객들의 눈에 비친 것은 갑갑한 건물과 흙먼지 날리는 바닥뿐이었다.
우리 오페라 무대의 급성장을 확인할 수 있어 가슴이 뜨거워졌으나 작품의 핵심적 가치에 도달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황지원·오페라 칼럼니스트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경이적인 연주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프롤로그부터 1막 1장까지는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서곡은 물에 뜬 기름처럼 불안하게 시작됐고, 그 후로도 마치 ‘2분 더 삶은 파스타’같이 조금씩 늘어진 음악이 흘렀다. 관현악은 무대 위의 가수들과 치열하게 얽히지 못해 긴장감이 덜했고, 결과적으로 이 오페라의 하이라이트인 시몬과 아멜리아의 재회 장면이 음악적인 클라이맥스를 이루지 못해 아쉽다.
젊은 성악가 위주의 가수들은 아름답고 힘 있는 가창을 들려줬지만 노련한 표현력과 깊이 있는 연기가 부족해 드라마적 힘을 약화시켰다. 김주택(파울로)은 빛나는 트럼펫처럼 불렀지만 악당이 아니라 혁명가 같은 느낌을 줬다. 피에스코를 노래한 러시아 출신 베이스 벨로셀스키는 권위의식을 가진 제노바의 대귀족이 아니라 훈족의 왕 아틸라처럼 거칠고 야수적인 분위기만 풍겼다. 시몬 역의 한명원 노래는 설득력 있었으나 총독의 카리스마와 아버지의 연민 사이를 오가는 절묘한 연기력이 아쉬웠다.
간디니의 연출과 그의 이탈리아 무대팀은 기대 이하였다. 무대미술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초반부는 답답하게 느껴졌고, 반면에 의회 장면은 지나치게 휑하게 보였다. 빠른 무대전환을 위해 2막과 3막을 동일한 무대로 진행했으나 결과적으로 큰 실수였다. 대화합을 이루며 끝나야 할 피날레에서 일부 출연진이 분할무대의 구조물에 가려 시각적 의미가 퇴색했다. 결정적으로 비첸차 출신의 이 연출가는 제노바의 앞바다, 리구리아 해의 가슴 시린 풍광을 알지 못했다. 시몬이 목놓아 ‘바다(일 마레)’를 외치는 동안 관객들의 눈에 비친 것은 갑갑한 건물과 흙먼지 날리는 바닥뿐이었다.
우리 오페라 무대의 급성장을 확인할 수 있어 가슴이 뜨거워졌으나 작품의 핵심적 가치에 도달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황지원·오페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