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4.11 03:02
北에 '피자 만들기 DVD 뿌리기' 실화… 김황씨 공연 '모두를 위한 피자'
관객 사이에 웃음이 번졌다. 10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개막한 '모두를 위한 피자'(연출 김황)는 이 '삐쨔 만들기'로부터 '외국려행 짐싸기' '놀새(트렌드 리더) 되는 법' '크리스마스 즐기기' 등 에피소드 4개를 묶은 단편영화 '별삐쨔'로 시작됐다. 북한의 청춘 남녀가 새 문화 트렌드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완벽에 가까운 북한 말투와 의상, 군대 열병식과 김정일이 손뼉 치는 장면,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선전 문구 등이 등장하지만 '메이드 인 서울'이다. 2PM과 소녀시대의 춤을 가르쳐주는 대목에서도 폭소가 흥건했다.
이 동영상은 영국 왕립예술학교 출신 김황(31)이 만들었다. "북한 체제가 잘못돼 있다는 것을 문화적으로 알리고 싶었다"는 그는 탈북자 10명의 도움과 감수를 받아 사투리·의상·소품·서체 등이 북한산처럼 보이는 DVD 500장을 만들었다. 지난해 6월 중국 단둥(丹東)의 조선족을 통해 평양 암시장에서 이 DVD를 풀었고, 1개월 뒤부터 피자를 만들어 먹은 북한 주민으로부터 피드백(사진·영상·편지)을 받았다.
그 모든 과정을 담은 게 이날 공연이었다. 김황은 "피자는 기득권층에만 허용된 문화 체험이었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작은 자유(tiny freedom)'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영어로 내레이션했다. 동영상 DVD를 북한에 뿌리기 위해 밀수꾼과 접촉하는 대목(다큐 영상), 북한의 소비자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보여주거나 낭독하는 장면에 이르자 팽팽한 긴장과 침묵이 흘렀다. 팩트(사실)의 펀치력은 허구보다 훨씬 강하고 아팠다.
특히 북한에서 날아온 편지는 객석에서 웃음과 눈물이 됐다. 아버지가 중국의 아들에게 띄운 편지에서 "아버지는 48㎏, 엄마는 34㎏"이라는 한숨, 평양의 여학생이 영화 속 여주인공 인경에게 보낸 편지에서 "통일되면 나는 인경 동무에게 옥류관 냉면을, 동무는 내게 서울 삐쨔를 사자"는 제안, 삼촌이 조카에게 "염소 두 마리도 선군정치 받들러 전선으로 갔다"는 푸념…. 피드백 영상에서처럼 이날 무대에서 실제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공연이 끝나자 박수와 "브라보!"가 나왔다.
이어진 작가와의 대화에서 김황은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지만 20·30대 젊은이끼리의 소통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출발한 프로젝트"라면서 "작업은 이게 끝이 아니라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풍선으로 삐라를 날려보내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 그는 "정치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펀치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페스티벌 봄' 초청작으로 11일 폐막하는 공연은 이미 매진됐다. 이후 스위스·이스라엘 공연이 잡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