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기자의 문화사랑舍廊] 시민과 교감하는 市響, 기대 부풀어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1.03.31 22:53

새 지휘자 크리스티안 루드비히
오늘 광주문예회관서 첫 연주회

크리스티안 루드비히(Christian Ludwig·사진). 독일 쾰른에서 피아니스트이자 쾰른음대학장을 지낸 아버지(귄터 루드비히)와 한국인 성악가인 어머니(최미순) 사이에서 태어난 그에게 음악은 음식을 먹고 마시는 일처럼 자연스런 일상이었다. 자라는 과정에서 '말하는' 언어 외에 '음악'이라는 언어(소통도구) 한 가지를 더 배운 셈이라고 그는 말한다.

쾰른국립음대와 영국 길드홀음대에서 바이올린을 공부한 그는 베를린심포니 등 여러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하지만 손을 다친 뒤 전공을 지휘로 바꿔 만하임음악공연예술대와 로얄음악아카데미에서 공부했으며, 독일 쾰른챔버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해왔다.

33세의 이 젊은 음악가가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맡았다. 그는 1일 취임 첫 연주회를 앞두고, 지난 달 21일부터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처음 만났기 때문에 서로 긴장하고 있어요. 그 긴장감 속에서 더 좋은 연주를 하려는 단원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기뻤습니다."

이번 연주곡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그는 "1920년대 거장의 혁신적인 작품으로, 음악사에서 큰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며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담겨 있다"고 했다. 세계 무대에서 독창적인 연주 세계를 펼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이진상이 협연한다.

그는 최근 기자들을 만나 올해 연주 계획을 밝혔다. 정기·수시·소극장 공연과 학교·교도소 등 방문 연주회 등 모두 25~28회의 무대를 갖겠다고 했다. 유럽의 명 지휘자를 초청할 계획도 밝혔다. 그 첫 무대는 6월 3일이다.

특히 그는 시향과 광주시민과의 '교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공연에 찾아올 수 없는 이들이 있는 학교·교도소·장애인 등을 방문하는 무대를 이어가면서, 이들과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또다른 방법도 찾을 겁니다. 시향은 지역사회와 끈끈한 연대를 갖고, 닻을 내려야 합니다. 청중과 연주자 사이의 상호교감을 활성화하기 위해 리허설을 보여주기도 할 겁니다. 지휘자와 솔로이스트, 오케스트라단원들과 (청중이) 직접 만나는 기회도 만들겠습니다."

그는 시향 연주 수준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5월 중 오디션을 열어 결원 단원을 채우고, 여름엔 '관악파트 워크숍'도 열겠다고 했다. 오는 5월엔 5·18을 기념해 베토벤의 레오노레서곡과 교향곡 5번 '운명'을 연주하고, 하반기에는 베토벤 교향곡 9번과 말러 교향곡 5번을 무대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느라 제대로 식사를 못하는 상황에서도 시종 진지하게, 그러나 유쾌하게 광주시향 발전을 위한 다양한 구상을 제시하는 젊은 음악가의 열정은 첫 연주회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이기에 충분했다. '시민과의 교감'을 화두로 또 한번의 비상을 꿈꾸는 광주시향과 젊은 지휘자의 새로운 시도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광주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애정어린 관심과 후원·동참 등 시민과 청중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