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3.31 00:14
연극 '내가 까마귀였을 때'
다섯 살 때 잃어버린 막내아들(윤정욱)이 13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개선행진곡처럼 등장한 그는 의심의 눈빛으로 가족을 쏘아본다. 험했을 어린 시절 붙여진 별명은 '까마귀'. 까마귀는 직선적으로 묻는다. "저를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알고 싶어요."

연극 '내가 까마귀였을 때'(고연옥 작·임영웅 연출)는 흥분한 자살폭탄테러범과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시종 팽팽한 긴장이 흐른다. 한 번 부서졌던 가족이 잃어버린 아들을 찾고 더 큰 균열을 만난다는 설정이 매혹적이다. 눈물겨운 상봉이 아니라 공포의 시작이다. 연극은 후각적으로 돌진해온다. 까마귀에게서는 역한 냄새가 나고 가족은 점점 숨이 막힌다.
'내가 까마귀였을 때'는 극작가의 승리다. '인류 최초의 키스' '웃어라 무덤아' 등에서 연극성 강한 드라마를 썼던 고연옥은 냉혹한 복수극의 구조 속으로 한 가족을 몰아넣고 마음껏 해부한다. "자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만큼 위험한 건 없다"는 누나(서은경)의 말처럼 이 연극은 식구들 사이의 가면마저 벗기고 상처와 고름을 들춰낸다. 가족이라는 우물의 표면과 밑바닥을 다 보여주면서, 가라앉혔던 지저분한 기억들을 휘저어 직면하게 하는 장치가 좋았다.
자기 몫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까마귀는 뭐든 멀쩡해 보이는 건 깨부수고 싶어한다. 이 어려운 배역을 소화한 윤정욱(27)은 이 무대의 수확이다. 에너지·자세·표정·감성까지 잘 뭉쳐서 멀리 던질 줄 아는 배우였다.
관객의 내면에 잠재된 어두운 기억과 대면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연극은 아프지만 보편적이다. 공수(攻守)가 뒤바뀌는 대목, "당신들은 내가 만난 사람 중 최고 악질이야!"로 까마귀가 폭발하는 장면, 아버지(고인배)가 이별의 비밀을 고백하는 대목 등이 강렬했다. 완전한 호흡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손봉숙·고인배·서은경 등 다른 배우들도 안정적이었다.
▶5월 8일까지 서울 산울림소극장. (02)334-5915
'내가 까마귀였을 때'는 극작가의 승리다. '인류 최초의 키스' '웃어라 무덤아' 등에서 연극성 강한 드라마를 썼던 고연옥은 냉혹한 복수극의 구조 속으로 한 가족을 몰아넣고 마음껏 해부한다. "자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만큼 위험한 건 없다"는 누나(서은경)의 말처럼 이 연극은 식구들 사이의 가면마저 벗기고 상처와 고름을 들춰낸다. 가족이라는 우물의 표면과 밑바닥을 다 보여주면서, 가라앉혔던 지저분한 기억들을 휘저어 직면하게 하는 장치가 좋았다.
자기 몫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까마귀는 뭐든 멀쩡해 보이는 건 깨부수고 싶어한다. 이 어려운 배역을 소화한 윤정욱(27)은 이 무대의 수확이다. 에너지·자세·표정·감성까지 잘 뭉쳐서 멀리 던질 줄 아는 배우였다.
관객의 내면에 잠재된 어두운 기억과 대면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연극은 아프지만 보편적이다. 공수(攻守)가 뒤바뀌는 대목, "당신들은 내가 만난 사람 중 최고 악질이야!"로 까마귀가 폭발하는 장면, 아버지(고인배)가 이별의 비밀을 고백하는 대목 등이 강렬했다. 완전한 호흡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손봉숙·고인배·서은경 등 다른 배우들도 안정적이었다.
▶5월 8일까지 서울 산울림소극장. (02)334-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