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홉의 '갈매기', 명동예술극장에서 4월 개막

  • 스포츠조선=김형중 기자

입력 : 2011.03.30 10:53

◇지촌 이진순 헌정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안톤 체홉의 '갈매기'.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
안톤 체홉의 고전 '갈매기'가 김석만 연출로 명동예술극장에 오른다. 오는 4월14일에서 5월8일까지.
해방후 한국 현대연극사에 큰 획을 그은 지촌 이진순 선생(1916~1984) 헌정 공연이다. 극단 현대극장 김의경 대표 등 지촌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 의기투합해 무대를 꾸민다. 이진순은 1966년 '갈매기'의 국내 초연을 포함해 총 4차례 이 작품을 연출했다. 1983년 문예회관 대극장에 올랐던 '갈매기'는 그의 마지막 연출작으로 남았다.
전세계에서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갈매기'는 일반 팬들은 물론 연극인들도 좋아하는 작품이다. 문학과 연극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연극학도들의 워크샵으로 자주 올라간다.
1896년 초연 당시의 일화도 유명하다. 공연을 보던 체홉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만큼 연극은 엉망이었고, 흥행은 실패였다. 하지만 이듬해 작품의 가치를 꿰뚫어본 명 연출가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손에 의해 대성공을 거둔다.
'갈매기'는 겉으로는 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인간 내면에 굳게 자리잡고 있는 욕망과 그 좌절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젊은 작가 지망생 뜨레쁠레프와 그의 어머니인 여배우 아르까지나, 어머니의 정부인 통속작가 뜨리고린, 뜨레쁠레프의 연인이자 배우인 니나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은 이루지 못하는 사랑과 성취하기 힘든 예술의 한계 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욕구와 좌절 사이에서 방황하면서, 일탈을 꿈꾸지만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안긴다. 특히 예술적 성공을 갈망하는 니나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블랙 스완'의 주인공 니나(나탈리 포트만)와 닮았다.
국내 연극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아르까지나 역에 김금지 서주희, 뜨리고린 역에 송승환 박지일이 나서 선후배간 연기 대결이 볼 만하다. 뜨레쁠레프는 김수현, 니나는 신예 한선영이 맡는다. 이 가운데 김금지는 1966년 '갈매기' 초연 당시 니나를 맡았고, PMC프러덕션 대표이자 성신여대 교수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송승환은 1968년 이진순 연출의 '학마을 사람들'로 연극에 데뷔한 인연이 있어 기꺼이 무대에 서게 됐다.
연출을 맡은 김석만 전 서울시극단장은 "'갈매기'는 서양 연극사에서 가장 현대적인 작품"이라며 "원작에 충실하면서 배우들의 연기, 배역들간의 관계를 부각시키겠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김의경 예술감독은 "이진순 선생을 의미있게 기억하고, 많이 멀어진 세대 간의 거리를 좁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644-2003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