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3.21 23:16
임오군란·청일전쟁 등 다룬 日 메이지 시대 국정홍보용 다색 목판화
삼성미술관 리움 '코리안 랩소디'展에서 16점 소개
왼쪽 옆구리에 큰 칼을 찬 남자가 오른손에 독배(毒杯)를 들고 여인을 내려다본다. 화려한 옷을 입은 여인은 독배를 거부하듯 한 손을 내저으며 절규한다. 또 다른 여인은 소맷자락을 잘근잘근 씹으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남자에게는 '대원군(大院君)', 절규하는 여인에는 '조선왕비 민씨(朝鮮王妃閔氏)', 나머지 여인에게는 '조선세자비 민씨(朝鮮世子妃閔氏)'라는 명패가 붙어 있다. 그림의 왼쪽 상단부에 "메이지(明治) 15년 7월 23일 조선왕성의 후궁 쪽에서 대원군이 독주를 들고 왕비와 세자비를 자결시키는 모습"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역사적 사실을 터무니없이 왜곡한 이 우키요에(浮世繪·다색 목판화)의 제목은 '조선사건지내 왕성후궁지도(朝鮮事件之內 王城後宮之圖)'.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는 한국 근·현대 미술 전시회 '코리안 랩소디―역사와 기억의 몽타주'전에 나온 이 작품은 임오군란(1882년) 당시 일본에서 유행했던 소설 속 허구를 바탕으로 일본인 화가 우타가와 구니마쓰(歌川國松)가 제작한 것이다. 같은 전시에 나온 박생광(1904~1985)의 '명성황후'(1983)가 궁녀들이 울부짖는 가운데 소복 차림의 명성황후(明成皇后)가 환생을 기다리듯 고이 누워 있는 모습으로 을미사변(1895)의 비극을 표현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번 전시회에는 일본인의 시각에서 임오군란·청일전쟁(淸日戰爭)·러일전쟁 등을 그린 우키요에 16점이 나왔다. 수집가 남주현 KBS 원주방송국 팀장의 개인 소장품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아다치 긴코(安達吟光)의 1894년작 '기초 조선발단(其初 朝鮮發端)'은 당시 일본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인물로 여겼던 김옥균(金玉均·1851~1894)의 죽음을 일본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그려졌다. 이 그림에서 구름을 탄 김옥균의 혼령은 하늘에 둥실 떠 매서운 눈빛으로 경복궁을 내려다본다. 그림에는 "개화에 깊은 뜻을 둔 김옥균이 일본의 권고를 받아들여 폐정개혁을 했다면 국가를 위한 대익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인데 죽다니 안타깝다"는 글이 적혀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준 리움 미술관 부관장은 "메이지(明治)시대의 일본에서는 국정홍보용 우키요에가 많이 제작됐다"면서 "전시에 나온 작품들도 화가들이 관(官)의 의뢰를 받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외에도 한국 근·현대사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 80여점이 나온다. 휴버트 보스의 '서울풍경'(1899), 이쾌대의 '해방고지'(1948), 김기라의 '캔디가 있는 현대 정물화'(2009) 등이다.
▶'코리안 랩소디―역사와 기억의 몽타주'전, 6월 5일까지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02) 2014-6900
이번 전시회에는 일본인의 시각에서 임오군란·청일전쟁(淸日戰爭)·러일전쟁 등을 그린 우키요에 16점이 나왔다. 수집가 남주현 KBS 원주방송국 팀장의 개인 소장품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아다치 긴코(安達吟光)의 1894년작 '기초 조선발단(其初 朝鮮發端)'은 당시 일본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인물로 여겼던 김옥균(金玉均·1851~1894)의 죽음을 일본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그려졌다. 이 그림에서 구름을 탄 김옥균의 혼령은 하늘에 둥실 떠 매서운 눈빛으로 경복궁을 내려다본다. 그림에는 "개화에 깊은 뜻을 둔 김옥균이 일본의 권고를 받아들여 폐정개혁을 했다면 국가를 위한 대익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인데 죽다니 안타깝다"는 글이 적혀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준 리움 미술관 부관장은 "메이지(明治)시대의 일본에서는 국정홍보용 우키요에가 많이 제작됐다"면서 "전시에 나온 작품들도 화가들이 관(官)의 의뢰를 받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외에도 한국 근·현대사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 80여점이 나온다. 휴버트 보스의 '서울풍경'(1899), 이쾌대의 '해방고지'(1948), 김기라의 '캔디가 있는 현대 정물화'(2009) 등이다.
▶'코리안 랩소디―역사와 기억의 몽타주'전, 6월 5일까지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02) 2014-6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