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3.17 03:04
3년 만에 새 연극 만드는 오태석
"작품 같은거 하나 제대로 쓰는 게 꿈"
동물 향한 인간의 오만함… '북청사자야 놀자' 내일부터
숲이 일어서고 있었다. 충남 논산에서 온 4~5m 높이 대나무 100여 그루가 무대 뒤를 빽빽하게 채워나갔다. 댓잎들끼리 몸이 닿을 땐 바람 소리가 청량했다. 탁탁탁 망치질, 쓱쓱쓱 톱질 소리도 차올랐다. 천장에서는 조명을 설치하느라 "3번 아웃시키고 61번!" 암호문 같은 외침이 들렸다. 15일 오후 5시 서울 남산국악당. 극단 목화의 연극 '북청사자야 놀자'(오태석 작·연출) 개막을 사흘 앞둔 공연장은 분주하고 좀 어수선했다. 긴장감도 감돌았다. 그런데 객석 중앙에 앉은 오태석(71)은 단잠에 빠져 있었다.
여느 때처럼 목에 수건을 두른 채였다. 10여분을 기다려 그가 눈을 떴고 둥글게 웃었다. "(내가) 진짜 도사예요. 잠깐잠깐 자는 데는…."
여느 때처럼 목에 수건을 두른 채였다. 10여분을 기다려 그가 눈을 떴고 둥글게 웃었다. "(내가) 진짜 도사예요. 잠깐잠깐 자는 데는…."
오태석 연극에는 꿈과 현실이 자주 겹쳐진다. '자전거'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같은 작품이 그랬다. 꿈결처럼 생략하고 날아가는 게 오태석 무대 언어의 강점이다. 하지만 즉물적인 데 익숙한 관객에게는 어려운 숙제로 다가오기도 한다.
'북청사자야 놀자'는 그가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전통 연희들을 이야기와 음악으로 그러모은다. "봉산탈춤, 양주별산대, 북청사자놀음 다 마당(에피소드)들이 짧아요. 또 각각 다른 춤사위가 필요하니 놀기도 어렵지요.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저것들을 이을 수 있는 틀을 만들자, 했습니다."
연극은 예쁜 신발이 신고 싶어 처녀로 변신해 마을로 내려온 호랑이가 주인공이다. 처녀는 북청사자춤을 추는 청년과 눈이 맞아 부부가 되지만, 소동 끝에 죽었다가 환생해 역병(疫病)이 도는 세상을 구한다. 오태석은 "어린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음악극(70분)"이라면서 "전통연희를 잘 모르는 어른도 '우리 것이 참 구성지구나' 할 것"이라고 했다.
2004년 '만파식적'에 사자, 2005년 '용호상박'에 용과 호랑이, 2006년 '갈머리'에서 개떼를 등장시켰던 이 극작가 겸 연출가는 이번에도 동물에 둘러싸여 있다. 소·돼지·닭·오리…. 최근 한국을 휩쓴 구제역에 대한 반성도 보인다.
"동물은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데 우리는 병들었다고 그들을 산 채로 파묻잖아요. 그렇게 하는 우리들의 표정이랄까, 오만함을 담아봤습니다."
20여명의 배우가 다 탈을 쓴다. 오태석은 "일상에서 사람들은 얼굴을 꾸미고 위장한다. 거기서 나오는 말은 상투적"이라고 했다. 오히려 탈이 민얼굴, 속마음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삶은 각박하니 극장 안에서라도 느리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자는 게 이놈의 연극"이라고 했다.
함경도 북청이 나오는 이 연극엔 실화의 뿌리도 있다. 충남 서천이 고향인 오태석의 아버지는 6·25 때 납북돼 소식이 끊겼다. 홀로 네 자식을 키운 노모는 몇 해 전 눈을 감았고, 장남(오태석)은 어머니 묘에 아버지의 빈 관을 함께 묻었다. "북청이 어머니 고향이에요. 남북이 갈라진 지 60년 넘었는데 아직도 못 만났잖아요. 통성명으로 알아보는 세대도 이젠 끝이 아닌가 싶어요."
등장만큼 퇴장이 중요하다. 오태석은 "자꾸 허덕거리는데 작품 같은 거 하나 제대로 쓰는 게 꿈"이라고 했다. "연극이라는 게 시행착오니까 우선 저지르고(공연 올리고) 손보자 했지. 이제 해는 뉘엿뉘엿 지는데…." 무대에서 띠라라라라 라라라라~ 하는 북청사자놀음의 음악이 들려왔다. 흥이 날 듯하면서도 애잔했다.
▶18일부터 4월 17일까지 남산국악당. (02)399-1114~6
'북청사자야 놀자'는 그가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전통 연희들을 이야기와 음악으로 그러모은다. "봉산탈춤, 양주별산대, 북청사자놀음 다 마당(에피소드)들이 짧아요. 또 각각 다른 춤사위가 필요하니 놀기도 어렵지요.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저것들을 이을 수 있는 틀을 만들자, 했습니다."
연극은 예쁜 신발이 신고 싶어 처녀로 변신해 마을로 내려온 호랑이가 주인공이다. 처녀는 북청사자춤을 추는 청년과 눈이 맞아 부부가 되지만, 소동 끝에 죽었다가 환생해 역병(疫病)이 도는 세상을 구한다. 오태석은 "어린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음악극(70분)"이라면서 "전통연희를 잘 모르는 어른도 '우리 것이 참 구성지구나' 할 것"이라고 했다.
2004년 '만파식적'에 사자, 2005년 '용호상박'에 용과 호랑이, 2006년 '갈머리'에서 개떼를 등장시켰던 이 극작가 겸 연출가는 이번에도 동물에 둘러싸여 있다. 소·돼지·닭·오리…. 최근 한국을 휩쓴 구제역에 대한 반성도 보인다.
"동물은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데 우리는 병들었다고 그들을 산 채로 파묻잖아요. 그렇게 하는 우리들의 표정이랄까, 오만함을 담아봤습니다."
20여명의 배우가 다 탈을 쓴다. 오태석은 "일상에서 사람들은 얼굴을 꾸미고 위장한다. 거기서 나오는 말은 상투적"이라고 했다. 오히려 탈이 민얼굴, 속마음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삶은 각박하니 극장 안에서라도 느리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자는 게 이놈의 연극"이라고 했다.
함경도 북청이 나오는 이 연극엔 실화의 뿌리도 있다. 충남 서천이 고향인 오태석의 아버지는 6·25 때 납북돼 소식이 끊겼다. 홀로 네 자식을 키운 노모는 몇 해 전 눈을 감았고, 장남(오태석)은 어머니 묘에 아버지의 빈 관을 함께 묻었다. "북청이 어머니 고향이에요. 남북이 갈라진 지 60년 넘었는데 아직도 못 만났잖아요. 통성명으로 알아보는 세대도 이젠 끝이 아닌가 싶어요."
등장만큼 퇴장이 중요하다. 오태석은 "자꾸 허덕거리는데 작품 같은 거 하나 제대로 쓰는 게 꿈"이라고 했다. "연극이라는 게 시행착오니까 우선 저지르고(공연 올리고) 손보자 했지. 이제 해는 뉘엿뉘엿 지는데…." 무대에서 띠라라라라 라라라라~ 하는 북청사자놀음의 음악이 들려왔다. 흥이 날 듯하면서도 애잔했다.
▶18일부터 4월 17일까지 남산국악당. (02)399-1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