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3.16 10:44
'나 언제나 함께 있어요 그대 곁에서, 느끼나요 그대 곁에 나를~.'
에드몬드 당테스(류정한)와 연인 메르세데스(차지연)의 목소리는 공간을 교차하며 귀에 차각 감긴다. 영원한 사랑을 담은 아리아 '언제나 그대 곁에'가 흐를 때면 잠시 시간마저 멈춰버린 듯 하다.
지난해 국내 초연에서 호평받았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다.
일단 바뀐 공연장과 궁합이 잘 맞아 보인다. 웅대하고 화려한 로맨스 활극과 충무아트홀 대극장은 좋은 '그림'을 만들어낸다. '작년에 봤던 그 작품이 맞나' 싶을 만큼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이 더해졌다.
영상과 세트, 조명의 효과도 크다. 항구도시 마르세이유를 배경으로 뱃사람이 주인공이라 바다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영상과 세트를 적절하게 섞어 스펙터클한 무대를 만들어낸다. 특히 에드몬드가 깊은 바다에 빠졌다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장면, 보물을 찾으러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 등은 마치 3D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주인공 에드몬드를 맡은 류정한의 연기는 원숙의 경지를 보여준다. 배우가 완전히 연기에 물이 올랐을 때 '객석을 쥐락펴락 한다'고 하는데, 류정한의 경우가 그렇다. '지킬 앤 하이드'의 출연분을 끝내자마자 이 작품에 합류했음에도 에너지가 넘친다. 음모에 빠져 지하감옥에 갇혔다가 기적적으로 탈출해 복수에 나서는 에드몬드를 맡아 무대를 종횡하며 작품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지킬 앤 하이드'와는 또다른 류정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지킬 앤 하이드'로 유명한 프랭크 와일드혼은 드라마에 강한 작곡가답게 사랑과 배신, 복수, 용서라는 테마를 애절하고 웅장한 멜로디에 담았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로 유명한 '몬테크리스토'는 뮤지컬로 만들기에 아주 좋은 소재다.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고, 사랑과 복수라는 주제 또한 명료하다. 통속적인 요소를 세련되게 버무려 흡인력 강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사랑은 주는 자의 것, 정의는 갖는 자의 것'이라는 메시지 또한 인상에 남는다.
엄기준 신성록(에드몬드), 최현주(메르세데스)가 번갈아 나선다. 4월엔 지난해 메르세데스를 연기해 호평받았던 옥주현이 가세한다. EMK뮤지컬컴퍼니 제작. 연출 로버트 요한슨, 안무 이난영. 4월24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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