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고 이영훈의 마지막 꿈, 뮤지컬 '광화문 연가' 20일 개막

  • 스포츠조선=김형중 기자

입력 : 2011.03.09 10:24

◇오는 20일 개막하는 창작뮤지컬 '광화문 연가'의 윤도현(오른쪽)과 리사. 사진제공=(주)광화문연가
"형님(작곡가 고 이영훈)은 정말 소년같은 분이셨어요. 심성이 그랬기에 그런 노랫말과 멜로디가 가능했지요."

창작뮤지컬 '광화문 연가'의 임영근 프로듀서(수원대 연영과 교수)는 고(故) 이영훈을 '순수한 열정을 지닌 소년'이라고 회상했다.

이제 그 '소년'의 마지막 꿈이 실현된다. 오는 20일, 그의 유작이나 다름없는 뮤지컬 '광화문 연가'(이지나 연출)가 생전에 즐겨 걸었던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한다.

'광화문 연가'의 출발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인은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예술가로서 뭔가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2004년 호주에서 요양하면서 자신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작곡가 고 이영훈.
'이영훈이 작곡한 이문세의 히트곡으로 뮤지컬을 만든다'는 구상은 여러 투자, 기획, 제작사의 구미를 당겼다. 몇차례 접촉이 있었으나 2006년 방송인 김승현의 소개로 임영근 프로듀서를 만나 마침내 의기투합했다.

사무실을 구하러 돌아다닐 때는 마치 신혼집을 구하듯 들뜬 표정이었고, 아바의 히트곡으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를 3번이나 봤는데 암전 때마다 "우리는 이렇게 하는 게 어때?"라며 눈을 반짝였다고 한다.

곧 5, 6편의 시놉시스(개요와 줄거리)가 쌓였고, 수많은 히트곡을 놓고 선곡 작업도 병행했다. '광화문 연가'라는 제목, 세 남녀의 애잔한 사랑이야기를 스토리라인은 이때 고인이 정한 것이다. "'광화문'이라는 타이틀이 공간적으로 좀 한정된 의미인 것 같아 당시 반대했어요. 하지만 형님은 빙긋이 웃기만 했죠."

'광화문 연가'의 노랫말은 덕수궁 돌담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엇비슷하게 흘러가는 뭇 인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만나고 헤어지고 고통스러워하고 다시 만나려고 하는 삶의 흐름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임 프로듀서는 "형님이 떠나고 난 다음에 노래를 다시 들으면서 형님이 옳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주변에서 많이 한 이야기지만 고인은 목숨과 예술을 바꾼 예인이다. 임 프로듀서는 "창작의 고통이 없는 사람이 없겠지만 형님은 술, 담배를 해야만 곡을 쓸 수 있었고, 그런 까닭에 한겨울에도 항상 창문을 열어놔 찬바람이 씽씽 불었다"며 애석해했다. 순박한 소년은 일에 관한 한 완벽주의자였지만 끝내 병마를 이기지는 못했다. 2008년 48세의 창창한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광화문 연가'의 임영근 프로듀서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고 이영훈의 작업을 토대로 살을 붙인 작품이다. 고인의 영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중견 이지나 연출가가 세 남녀의 사랑의 틀을 중심으로 유지하면서 극중극을 도입하고 주변 에피소드를 삽입해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윤도현 송창의 김무열 리사 박정환 김태한 구윤영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붉은 노을' 등 이문세의 목소리로 익숙한 30여 히트곡이 흐르는 것은 물론이다.

몸은 떠났지만 영혼은 그가 남긴 음악 속에서 여전히 생생하다. 4월10일까지. 1666-8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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