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3.08 23:25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진출 4년만에 국내 첫 무대
한국인 테너로는 처음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 입성한 김우경(34)씨가 메트 진출 4년 만에 국내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이소영)이 16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일 오페라 '파우스트'의 주인공이다. 파우스트 역할만 2006년, 2010년에 이어 세 번째.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의 작품을 원작으로 삼은 이번 '파우스트'는 같은 내용을 다룬 오페라 작품들 중에서도 음악적 서정성과 우아함이 가장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프랑스 오페라 전통의 발레 장면까지 보태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라보엠'이나 '라트라비아타' 같은 오페라에 비하면 대중성은 한참 떨어진다. 파우스트 박사와 시골 처녀 마르그리트의 일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파우스트'는 오락적 재미보다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철학적 성격이 강하다.
김우경이 '파우스트'에 확정된 건 3년 전이다.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괴테의 원작 '파우스트'도 샀다. 하지만 너무 어렵고 지루해 읽다가 잠만 잤다. "다행히 오페라 파우스트는 재밌고 쉽다"고 했다. "5시간짜리 본 공연을 3시간30분으로 줄였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경험을 다 해본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빠져 젊음을 되찾고 마르그리트와 사랑에 빠지지만 고뇌는 짙어지는 부분을 핵심적으로 다루죠."
파우스트는 80대 노인이지만 그는 아직 30대다. 소리도 그냥 내지르면 안 된다. 음마다 삶의 무게를 실어야 하고, 깊이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내가 살아온 인생만 표현할 수 있는 그릇에 영화·드라마·책·여행 등에서 얻는 노랫말 하나, 눈빛 하나를 닥치는 대로 담고 소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우경은 2003년 독일 드레스덴 국립오페라 극장에서 전속 가수로 활동한 뒤 이듬해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콩쿠르에서 입상, 도밍고로부터 '가장 완벽한 파우스트의 해석'이란 극찬을 받았다. 한양대 음대를 졸업한 토종 한국인이라 국내 공연 요청도 많았지만, 한국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우경은 말했다. "'직접 들어보니 별것 아니네'란 말을 들을까 두려웠어요." 다행히 지금은 두렵지 않다고 했다. "잘하는 날이 있으면 못하는 날도 있더라고요. 그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진짜 프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