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한 김민진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1.03.09 03:01

스트라디바리우스 잃고 얼굴·이름 알려져
테러 위협까지 받아…

"자기 몸처럼 여기던 바이올린을 잃어버렸으니 목숨 한쪽을 엉뚱한 곳에 뚝 떼놓은 심정일 거다. 바이올린 도난 사건으로 얼굴이 널리 알려져 테러 위협까지 받고 있다. 꼭 필요한 활동 아니면 집 밖에도 나가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런던에서 샌드위치를 사는 사이 20억원이 넘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도난당했던 김민진(33). 그의 매니저인 시소컴의 김기옥 대표는 김씨의 근황을 이렇게 전했다. 김씨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훔친 혐의로 기소된 존 모건(40)과 10대 공범 2명은 최근 열린 재판에서 김씨의 바이올린을 100파운드(18만원)에 팔려 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당시 훔친 악기가 초고가임을 알지 못했다는 얘기. 하지만 문제는 악기의 '실체'를 알아버린 범인들이 악기의 행방에 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

김씨의 바이올린은 1696년 제작돼 전 세계적으로 450개가 남아 있는 희귀본. 김씨가 장기 임대한 이 바이올린은 120만파운드(약 21억4000만원)의 가치를 지녔다.

잃어버린 바이올린이 나타날 때까지는 김민진의 '입'도 굳게 닫혀 있을 것 같다. 김기옥 대표는 "외부와의 인터뷰는 절대 안 한다. 나도 이메일로 근근이 연락할 뿐"이라고 했다. "영국 경찰이 민진이의 휴대전화와 집 전화 등을 모두 도청 중이다. 가족들도 매우 예민한 상태다. 도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집으로 '도대체 얼마나 허술하기에 샌드위치 사려다 그 비싼 바이올린을 잃어버리느냐' '당신이 진짜 예술가 맞느냐' '바이올린을 갖고 음식점에는 왜 가냐' 등등의 비난 전화가 빗발쳤다."

더 안타까운 것은 유망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이름이 연주가 아닌 '도난 사건'을 통해 알려졌다는 것. 김민 서울대 명예교수도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다 보니 국내에는 덜 알려졌지만 재능이 출중하고 촉망받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앞날이 기대되는 연주자"라고 평했다.


☞김민진은…


2008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소니 클래시컬에서 독집 음반 발매. 한국 바이올리니스트가 자신의 이름으로 소니 클래시컬에서 독집 음반 내놓은 건 이때가 처음. 세살 때 런던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이주, 여섯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 아홉살에 퍼셀 음악원에 진학. 열여섯살에 영국 로열 컬리지 오브 뮤직에 진학했다. 1995년 런던 무대에 데뷔한 후 연주 이력을 다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