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의 불협화음] 뮤지컬 '그리스'… '효자'도 좋지만… 때론 '문제아'도 필요한 법

  • 이지혜 작곡가

입력 : 2011.02.24 00:00

뮤지컬 '그리스'. 1971년 미국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2003년부터 꾸준히 공연되고 있으며 엄기준·오만석·이선균·강지환·지현우·조여정 등 스타들이 거쳐 갔다. 현재는 김산호가 주인공 대니를 맡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의 현재 공연 퀄리티가 최고는 아니었다. 몇몇을 빼고는 배우들도 아쉽고, 관객을 즐겁게 해주려는 의도야 좋지만 틀에 박힌 억지웃음 코드가 너무 많았다. 고교생을 다룬 뮤지컬인데 40년이나 되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공연이란 새우깡이나 초코파이와는 달라서 누가 하느냐에 따라 늘 맛이 변한다. 단물이 빠지고 지친 느낌이 커서 재정비가 필요해 보였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아쉬움이 남는 관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동행한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런 걸 써야 해! 그래야 먹고살지!" 한창 반짝거리는 20대의 학생에게 예술적 도전을 마음껏 해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뮤지컬은 그런 식으로 하면 제작이 될 확률이 거의 없고, 작품을 남기지 못하는 작가는 상하고 도태된다. 대중예술에서 40년 된 낡은 작품을 롤모델로 하라는 건 어불성설이지만 필사적으로 배울 점을 찾아서라도 이 재능 있는 제자가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는가?

'좋은 작품은 결국 언젠가는 인정받는다'고도 하고 제작자들이 천재 작가·작곡가의 출현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얘기도 듣는다. 하지만 글쎄, 천재가 나타났을 때 알아볼 안목을 갖춘 제작자가 있을까? 이미 완성되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천재 말고 삐뚤빼뚤 돋아나고 있는 천재의 싹 말이다. 때로 힘을 가진 분들이 아무 나무 아래 누워 입을 벌린 채 과일이 안 떨어진다고 불평하시는 것 같다.

▶3월 9일까지 이화여대 삼성홀.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