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김성현 기자의 문화舍廊]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2년6개월' 유감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1.02.14 21:54

광주 구도심. 과거 전남도청과 전남경찰청, 광주지방노동청, 남도예술회관, 상무관, 인쇄골목 등이 있던 자리에서 지금 대역사가 한창이다. 12만8600여㎡(3만8900여평) 부지에서 타워크레인 6대가 긴 팔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현장이다.

여기엔 '민주평화교류원'을 비롯, '아시아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아시아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등 5개 시설이 들어선다. 연면적 17만8199㎡(5만4000평)로, 국내 문화시설 중 최대규모다.

공사가 진행중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사현장.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새로 짓는 건축물이 모두 지하 1~4층 공간에 들어서기 때문에 울타리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아시아문화정보원과 문화창조원 일부는 이미 지하 20여m 바닥에서부터 3~4층 높이까지 골조가 올라갔다. 정영래 감리단장은 "전체 공정은 21%가량으로, 연말이면 골조공사가 거의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외형뿐 아니라 콘텐츠에서도 '세계적 문화공간'을 꿈꾸고 있다.

2014년 전당이 문을 열면, 문화(자료)의 수집과 연구에서부터 콘텐츠 기획·창조와 제작·유통·소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동시에 이뤄진다. 세계뮤직페스티벌 등 수십만 명이 찾는 이벤트가 매년 5~6차례 열린다.

'어린이문화원'과 '라이브러리파크' 등은 도서관·소극장·미디어센터·휴식놀이공간 등 복합기능을 갖춰 시민과 관광객들로 늘 북적일 것이라고 전당 관계자는 내다봤다.

"음악과 영상, 문학·미술·무대예술 등이 어우러진 세계 최고수준의 하이브리드(복합) 문화콘텐츠를 준비합니다."(이병훈 문화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

전당의 콘텐츠와 광주·전남북 관광자원을 아우른 2~3일짜리 패키지여행 상품도 운영된다.

생각만으로도 배가 부른 미래다. 하지만 갈 길은 녹록지 않다. 당초 2010년이었던 완공시점은 2012년으로, 다시 2014년으로 늦춰졌다. 옛 전남도청 별관을 철거하려던 정부와 원형보존을 주장하는 5·18단체 등 시민사회 일부의 대립으로 2년6개월을 허송했다.

다행히 지난 연말 추진단이 '별관 부분보존안'을 제시해 광주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의 동의를 얻었다.

하지만 공기가 늦어짐에 따라,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한다. 문화전당과 2015년 유니버시아드가 모두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어서, 광주에 일시에 거액의 예산이 집중되는 데 따른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전당 공사비를 따내느라, 자칫 콘텐츠 준비가 소홀해지기라도 하면 더 큰 낭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허송한 세월이 새삼 아쉽다. '결론(부분보존)을 얻기까지 2년6개월의 시간이 꼭 필요했을까.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고 치열하게 지혜를 짜냈다면 몇 달, 어쩌면 몇 주 만에도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이제라도 시민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세계 어느 도시 못지 않은 고품격 문화공간과 문화서비스를 누리는 '문화도시 광주'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