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파워' 뮤지컬 캐스팅 1순위, 조승우 對 김준수] 연기력으로 관객 집중 vs 한류스타의 노래 실력

  • 박돈규 기자
  • 고은혜 인턴기자(서울대 사회학 4년)

입력 : 2011.02.15 03:04

'지킬…' 관객 만족도 높고, '천국의 눈물' 암표 등장… "둘이 한 배역하면 최강"

뮤지컬 '천국의 눈물'(3월 19일까지 국립극장)의 표값이 장외에서 2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가(定價) 13만원짜리다. 총 61회 공연 가운데 김준수가 나오는 17회 분량의 표 2만6000여장이 발매 5분 만에 초고속 매진된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주인공 역을 다른 배우가 맡은 날의 표는 아직도 절반가량 남아있다.

국내 뮤지컬계에서 이렇게 강력한 티켓 파워를 보여준 배우는 '지킬 앤 하이드'(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 출연 중인 조승우밖에 없다.

오디뮤지컬컴퍼니·설앤컴퍼니 제공
김준수는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전 멤버 시아준수로 더 유명하다. 뮤지컬과 영화를 넘나들며 실력을 다진 조승우와는 걸어온 길이 다르다. '동방신기'에서 탈퇴한 후 지난해 '모차르트!'로 뮤지컬에 데뷔한 김준수는 더뮤지컬어워즈와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두 번째로 고른 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노래만큼 연기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더 큰 도전이었다.

지난 1일 개막한 '천국의 눈물'은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하고 '드라우지 샤프롱'의 데이비드 갈로가 무대를 디자인하는 등 제작진이 화려하다. 이야기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국군 병사 준과 베트남 처녀 린, 미군 대령 그레이슨의 삼각관계를 따라간다. '미스 사이공'의 줄거리와 닮아 있다. 공연은 LED와 영상을 활용한 기능적인 무대와 음악에 강점이 있지만 드라마가 허약하다는 평이 지배적이고, 김준수에 대해서는 "작품으로서는 미스 캐스팅"이라는 평도 나오는 상황.

그러나 김준수는 수만 장의 표를 매진시킬 만큼 충성도 높은 팬이 많다. 아이돌 중에서도 초특급이다. 네이버의 중고물품 거래카페 등에 웃돈 붙은 표들이 등장하고 사기 피해자까지 발생하고 있다. 모두 팬 문화가 만든 의외의 현상.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씨는 "'김준수 신드롬'은 아이돌을 향한 팬덤 문화가 뮤지컬 무대와 결합하면서 생긴 것"이라면서 "시장가격이 흔들리고 공연의 품질이 출렁이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2004년 '지킬 앤 하이드'로 뮤지컬을 대중화시켰다고 평가받는 조승우는 충무로(영화)와 대학로(뮤지컬)를 동시에 지배한 거의 유일한 배우다. 뮤지컬의 경우 발매 당일 초고속 매진, 경매사이트에서 2배 표값 상승 같은 신드롬을 낳았다. 그가 2008년 12월 입대하자 "조승우 없는 2년을 어떻게 견딜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하는 여성 관객이 많았다.

'지킬 앤 하이드'는 인간의 선(善)과 악(惡)을 분리하는 실험을 했다가 신(神)을 모독했다는 비판에 부딪히는 지킬 박사의 이야기다. 제대 후 복귀작도 이 작품이었고, 지난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그의 티켓도 부르는 게 값이었다. 초연만큼은 아니지만 그를 처음 만나는 관객의 공연 만족도는 여전히 높다.

조승우·김준수는 성실함도 갖춰 뮤지컬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캐스팅 1순위다. "한 배역에 이 둘을 뽑으면 최강의 캐스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씨는 "조승우는 가창력이 기술적으로 뛰어나지는 않지만 연기력을 바탕으로 드라마와 노래의 정서를 잘 표현해 관객을 집중시킨다"면서 "김준수는 한류 스타다운 아우라와 노래 실력이 강점이다. 동방신기에서 나와 팬들이 그를 볼 수 없을 때 뮤지컬에서 돌파구를 찾았다"고 평했다.

'천국의 눈물'은 평범한 창작 뮤지컬에 머물렀지만 김준수가 살렸다는 해석도 있다. 일단 초연이 흥행했고 김준수의 스타성을 바탕으로 한 일본 진출도 성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천국의 눈물' 공연장에서는 그의 이미지에 힘입은 파생상품도 많이 팔리고 있다. 조용신씨는 "조승우와 달리 김준수는 선택할 수 있는 뮤지컬의 폭은 좁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더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