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내와 대화…통했나,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

입력 : 2011.02.11 18:28




정보석·조재현 캐스팅
3월부터 이광기도 출연


[이브닝신문/OSEN=오현주기자] “남편은 내게 한 번도 꽃을 선물한 적이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꽃보다 돈을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그런 남편이 나를 만나러 오면서 매번 꽃다발을 들고 온다.” “민들레꽃 참 좋다. 아내는 민들레꽃을 좋아했는데. 그런데 아내가 사랑한 게 정말 나였을까.” 어느 날 문득 제일 잘 안다고 여기던 사람이 내 안의 착각이 만들어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혹은 긴 세월을 함께 하면서 빚어낸 반목이 돌이켜 보니 갈등을 풀어내온 인생 그 자체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죽은 아내와 삶을 나눠가는 남편의 사실적인 모습을 그려내 호평을 끌어낸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가 앙코르 공연 중이다.
  
“오늘 우리 결혼사진을 봤다. 당신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나는 없더라. 나는 없고 나였던 사람만 있더라. 나는 이렇게 늙었는데… 당신이 과연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젊고 의욕이 넘치던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측은해 보이는 노인이 돼 그의 아내를 다시 찾았다. 그들의 딸은 오늘 결혼식을 올렸다. 평소 사들고 오던 꽃 대신 소주 한 병을 사들고 왔다.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는 평범한 은행원이던 남편 안중기의 30대부터 70대까지 인생을 그의 죽은 아내와의 대화로 들여다보게 한 작품이다. 2008년 대학로 흥행수표였던 ‘연극열전2’의 작품으로 초연했다. 당시 매진사례를 이루며 창작연극으로는 드물게 10만 관객을 끌어들였다. 이 시대 부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부와 가족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내 30∼50대 부부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30대 남편은 이제 갓 돌이 지난 딸을 뒀다. 악의 없는 소심함과 우유부단함으로 매번 결단이 어렵다. 그의 아내 오지영은 민들레꽃 들판이 펼쳐져 있는 조용한 공원묘지에 있다. 남편은 씩씩거리며 아내를 찾아와선 딸과 직장, 처남과 장모 이야기 등 낱낱이 일상을 보고하고 또 생각을 묻는다. 그런 남편을 아내는 때로는 보듬고 때로는 힐책한다. 하지만 그 언저리에서 한 발짝도 나설 수 없는 가슴앓이일 뿐이다.

작품에서 남편과 아내는 끊임없이 얘기한다. 관객에게만 보이는 남편의 독백과 아내의 메아리다. 서로의 얘기가 들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완전히 통하지 않으면서도 이들은 계속 통한다. 각자 떨어진 별 세계에 살면서 소통할 수 없다고 느끼나 결국 소통이 되고 있는 이 장면은 그 자체로 부부가 사는 일이다. 얼굴을 맞대고 살아있는 부부가 살아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작품은 가장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보여준다.

결혼생활이 쌓여가면서 이름 부르는 것조차 잊어버리게 된 부부에게 사랑이란 민들레 홀씨와 비슷하다. 바람만 불면 흔들려 허공으로 흩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어느 곳에든 자리를 잡고 이듬해 꽃을 피운다. 민들레가 가지고 있는 메타포 역시 작품에선 적절하게 활용됐다.

남편 안중기 역은 배우 정보석과 조재현이 맡아 그간 쌓아온 연기내공을 선보인다. 여기에 이광기가 3월 공연부터 투입된다. 서울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2일까지 공연하고, 내달 5일부턴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오픈런으로 이어간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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