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2.10 16:57
주로 창작 로맨틱 뮤직컬·코미디 연극
부담없는 소재·마케팅력 인기에 한몫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 지난달 9일 7차 공연을 마친 뮤지컬 ‘빨래’의 화젯거리는 단연 1000회 공연을 돌파한 것이었다. 1000회는 1주일에 6번, 한 주도 쉬지 않고 3년을 넘게 공연해야 달성할 수 있는 쉽지 않은 일이다. 2005년 초연한 ‘빨래’는 이로써 뮤지컬 1000회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지하철 1호선’ ‘명성황후’ ‘헤드윅’ ‘그리스’ ‘사랑은 비를 타고’ ‘김종욱 찾기’ 등의 뒤를 이은 것이다.
# 이번 달 마지막 공연을 올릴 예정인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는 17년의 역사를 가졌다. 1995년 초연 이후 4000회의 대장정을 이뤘다. 그간 뮤지컬계를 이끄는 선배그룹인 남경읍, 남경주, 최정원을 비롯해 오만석, 엄기준 등 내로라하는 배우 100여명이 거쳐 갔다.
관객들이 찾는다면 끝까지 간다고 선언한 장기공연이 늘고 있다. 첫 테이프는 1994년 초연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끊었다. 2008년까지 4000회 공연을 채우고 새로운 버전을 약속한 채 휴면에 들어갔다. 비언어극에선 ‘난타’가 단연 선두다. 1997년 초연 이후 서울 강북과 강남에 전용극장을 마련하고 지금까지 관객몰이 중이다.
현재 장기공연 중인 대표적 작품들은 뮤지컬에선 ‘빨래’(2005∼) ‘김종욱 찾기’(2006∼) ‘오! 당신이 잠든 사이’(2005∼)가 트로이카 체제를 구성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극 중에선 ‘라이어’(1999∼) ‘뉴보잉보잉’(2002∼)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2005∼)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주로 창작 로맨틱 뮤지컬과 코미디 연극이다.
비결이 뭘까. 장기공연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일단은 별 부담을 주지 않고 누구에게나 작용하는 가벼운 소재여야 한다. 첫사랑 찾기에 나선 ‘김종욱 찾기’, 고단한 서울살이에도 따뜻함이 있다고 말하는 ‘빨래’ 등은 이 공식을 잘 따른 작품이다.
잊힐 만하면 치고 나오는 기획사나 극단의 마케팅력도 한몫 한다. 소시민의 일상을 착하게 다뤄 중학교 교과서에까지 희곡을 올린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최근 포스터 변천사까지 공개하며 관심을 유도했다. 식상해질 무렵 배우와 연출진을 바꾸고, 공연장을 이동하며 세트에 변화를 주는 것은 필수다.
자체 확산력도 중요하다. 연극 ‘라이어’는 초연의 성공 이후 2·3탄을 터트려 흥행을 이어갔고 ‘뉴보잉보잉’은 ‘보잉보잉’이던 제목을 바꾸고 새 버전을 연이어 내놔 관객들의 관심을 붙들었다.
이같은 추세에 대해 이훈희 뉴스컬쳐 편집국장은 “일단 많이 보이게 해 인지도를 넓히는 것이 장기공연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한다. 어디를 가든 눈에 띄게 해놓는 것이다. 대학로가 주 무대이던 공연장을 강남으로까지 넓히고 지방공연도 꼭 한다. 이 편집국장은 “어느 작품이나 장기공연 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기획사나 극단의 발 빠른 마케팅 구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장기공연이 늘어난 것은 공연문화의 대중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공연과 관객 모두가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티켓파워를 과시하는 20∼30대 여성 관객을 잡을 수 있는 작품들은 ‘큰 고민 없이’ 아무 때나 고를 수 있는 주제를 다뤄야 한다.
현재 대학로에는 100여개의 크고 작은 공연장이 있다. 매일 올라가는 수십 편 중 작품성에만 승부를 걸다가 사그라진 공연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좋은 작품이 반드시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관객을 오래 매료시킬 수 있는 공연을 위한 공식이 다시 쓰이고 있는 중이다.
euanoh@ieve.kr/osenlife@osen.co.kr
<사진> 위부터 뮤지컬 ‘빨래’ ‘김종욱 찾기’와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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