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의 오픈스테이지] 뮤지컬 '미션'의 리콜 서비스

  • 스포츠조선=김형중 기자

입력 : 2011.02.10 10:59

◇뮤지컬 '미션' 사진제공=상상뮤지컬컴퍼니
요즘 뮤지컬계의 화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미션'이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총음악감독을 맡아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2일 개막 이후 관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배우들의 빈곤한 가창력, 느린 세트전환, 라이브가 아닌 녹음 반주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거센 역풍에 부딪히자 제작사인 상상뮤지컬컴퍼니는 승부수를 던졌다. 9일 '리콜 서비스'라는 뮤지컬계 초유의 조치를 결정한 것이다. 개막 첫 주인 2일부터 6일까지의 8차례 공연을 관람한 관객을 대상으로 무료로 재관람의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캐스팅 변경, 무대 동선과 조명효과를 보완해 지난 8일 공연부터 한층 완성도가 높아졌으니 다시 보고 평가해달라는 뜻이다.
뮤지컬계에서 리콜 서비스는 처음 있는 일이다. 공연 역시 돈을 주고 구매하는 상품인만큼 리콜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는 있다. 그러나 완성도라는 것이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물리적 단위가 아닌 만큼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미션'의 리콜 사태 이면에는 우리 뮤지컬계의 상황이 반영돼 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경우 한 편의 뮤지컬이 정식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6개월 안팎의 숙성 기간이 걸린다. 지방을 돌며 '트라이아웃' '프리뷰' 등을 거쳐 작품에 대한 수정과 보완을 마치고 합격점을 받아야 뉴욕에 진출한다. 트라이아웃이나 프리뷰의 티켓은 정식가격에 비해 저렴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미국처럼 충분한 트라이아웃을 펼칠 여유가 없다. 무엇보다 시장규모가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최소 10년 동안은 작품을 올리면서 수익성을 노리는 브로드웨이와 자금 규모가 처음부터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비 공연이라는 개념 자체가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미국처럼은 못 하지만 정식 오픈에 앞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약식'으로 프리뷰 기간을 갖거나 서울 공연에 앞서 지방에서 먼저 개막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션'은 120억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쏟아부었지만 최소한의 프리뷰도 갖지 않고 바로 막을 올림으로서 문제를 자초했다. 기획과 투자를 맡은 한국 컴퍼니와 이탈리아 제작진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했음에도 말이다.
최근 들어 국내 뮤지컬에서도 세계시장을 노리는 굵직굵직한 글로벌 프로젝트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2009년의 '드림걸즈'부터 국립극장에서 공연 중인 '천국의 눈물'과 '미션', 올여름 베일을 벗는 '과속 스캔들'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브로드웨이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교수(순천향대)는 "굳이 완성된 공연이 아니더라도 세트없이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만 갖고서 프리뷰를 하거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으로부터 검증을 받아 수정 보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션'은 리콜 서비스라는 사상 초유의 승부수를 던졌다. 세계 투어를 목표로 출범한 작품인 만큼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 '미션' 사태가 활발하게 글로벌화를 모색 중인 우리 뮤지컬계의 성장통으로 작용했으면 한다. 엔터테인먼트팀 telos21@sportschosun.com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