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은 보였지만 소프트웨어에서 문제점을 노출한 뮤지컬 '미션'

  • 스포츠조선=김형중 기자

입력 : 2011.02.08 12:12

◇논란의 중심에 선 뮤지컬 '미션'. 사진제공=메가폰
뮤지컬 '미션' 때문에 공연가가 시끄럽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생애 첫 뮤지컬, 세계 최초 한국 초연, 2013년 브로드웨이 진출 목표…. 당초 내건 이러한 화려한 수식어에 실제 작품이 못 미친다는 비판이 공연을 본 관객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어서다.

인터넷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엔 '넬라 판타지아를 이용한 상술 아니냐' '기대가 컸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등의 관람후기가 올라와 있다. 인터파크는 또 공연게시판을 폐쇄해 원성을 사고 있다. 종교적인 논쟁과 비슷한 내용이 중복 게재돼 어쩔 수 없이 닫았다고는 하지만 이용자들은 납득하지 않는 눈치다.

'미션'은 롤랑 조페 감독의 1986년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18세기 중반, 남미에 선교사로 파견된 가브리엘 신부가 원주민들을 개종시키고, 노예상권 때문에 선교회를 폐쇄하려는 정치세력에 맞서 그들을 보호하려다 순교하는 과정을 그린다.

극은 익히 귀에 익은 '넬라 판타지아'의 원곡인 '가브리엘 오보에'로 시작한다. 가브리엘 신부가 부르는 오보에 선율에 원주민들은 감화되고, 하느님의 '미션'을 수행하는 그와 동료들의 고귀한 삶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단순한 멜로디가 인간을 변화시킨다'는 메시지는 가슴에 와 닿는다.

여성 캐릭터가 너무 없어 작가가 의도적으로 비중을 키운 '카를로타'를 빼고는 영화와 비슷하다. 원작이 워낙 좋아 이야기 자체는 감동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웅장한 무대 세트 또한 전환이 느리기는 하지만 볼만하다.

문제는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시작됐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고음 불가'였고, 많지 않은 춤은 움직임이 느슨했다. 거기다 라이브가 아닌 녹음된 반주는 귀를 편하게 하지 않았다. 거기다 앙상블의 일부 합창은 녹음과 실제 노래를 병행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이탈리아에서 온 배우들은 훈련된 뮤지컬 가수와 댄서가 아니었다. 제작사인 상상뮤지컬컴퍼니도 "연극배우들이 많다"고 말했다. 총음악감독인 엔니오 모리꼬네가 애초 의도한 것이 '뮤지컬 드라마'였다는 것이다. 어찌됐건 노래가 안 되다 보니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쉽지 않았다. 출연진이 가창력을 갖추고 댄스 트레이닝을 받은 전문 뮤지컬배우였다면 작품에 대한 반응은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비판여론을 의식해 제작사도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가창력있는 배우들을 더블 캐스팅으로 투입하고, 한국배우들을 동원해 앙상블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연출가는 귀국을 연기하고 매일 작품 수정 보완에 매달리고 있다.

제작사 측은 "창작 초연인 만큼 완벽할 수는 없다. 다음 공연 때는 노래를 3,4 곡 추가 작곡해 음악성을 강화하겠다"며 "이탈리아 공연을 마친 뒤 서울에서 우리 배우들로 작품을 다시 올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가능성은 보였지만 소프트웨어에서 문제점을 노출한 뮤지컬 '미션'. 가브리엘 신부만큼 제작사도 험난한 '미션'을 떠안은 셈이다. 공연은 26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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