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2.07 23:24
뉴욕 현대미술관 '추상표현주의'展
2차대전 후 격변의 시기… 유럽 작가들, 美로 넘어와 뉴욕發 '예술혁명'
이성보다 감정 중시한 '獨표현주의'로부터 영향
잭슨 폴록·마크 로스코 등 물감 뿌리고 난해한 色조합… 전통 회화에 온몸으로 도전
잭슨 폴록을 비롯해 마크 로스코, 윌렘 드 쿠닝 등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를 이끌었던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리고 있다. 추상표현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미술의 중심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겨오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유럽을 떠나 뉴욕으로 몰려든 기라성 같은 아방가르드 작가들과 미국 출신의 패기 넘치는 작가들이 섞이면서 뉴욕은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뉴욕에 정착한 작가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겠다는 야망과 신념에 사로잡혔고 이를 통해 태어난 운동이 추상표현주의다.
당시는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문명에 대한 회의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시기였고 이런 면이 추상을 통해 드러났다. 추상표현주의는 인간의 이성보다 감정을 중시했는데, 독일표현주의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현재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피카소와 모던 아트〉전(展)은 독일표현주의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들 작품에서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색면회화로 유명한 마크 로스코(1903~1970)는 라트비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였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1940년대부터 타계 직전 작품까지 나와 작품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다. 로스코가 1950년에 그린 작품 〈10번〉의 색면은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가볍고 투명하게 떠다니며 색은 밝고 생생하다. 1970년에 그린 작품 〈무제〉는 무거운 회색과 검은색이 화면을 차지해 작가의 죽음을 예고하는 듯하다. 로스코는 미술 작품을 통해 감성적이고 종교적인 감흥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고 이런 신념을 화폭에 그려냈다.
이번 전시는 또 윌렘 드 쿠닝(1904~1997)의 〈Woman, I〉와 같이 독특한 여인상을 넉넉하게 감상할 수 있다. 드 쿠닝은 1950년대 뉴욕에서 가진 개인전에서 커다란 눈과 으르렁거리는 이빨을 드러낸 여인상을 발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난해하면서도 퇴폐적인 여인의 이미지가 충격을 던졌다. 그는 폭력적이기까지 한 과감한 붓질을 보이면서 추상과 구상을 한 화면에 절묘하게 녹여냈다.
추상표현주의의 2세대인 샘 프랜시스의 작품 〈빅 레드〉는 로스코와 클리포드 스틸 같은 선배 추상표현주의자에 대한 존경을 드러냈다. 이 밖에 바넷 뉴먼, 클리포드 스틸, 아쉴 고르키, 프란츠 클라인 등의 작품도 두루 볼 수 있다.
전시는 조각과 사진, 판화도 포함하고 있는데 특히 조각을 회화 못지않게 비중 있게 다룬다. 이들이 활동하던 당시는 용접기의 발달로 금속 용접이 용이해지면서 새로운 조각 작품이 나타났다. 이전 조각 작품이 대부분 볼륨을 강조했다면 이 시기부터 데이비드 스미스의 조각 〈오스트레일리아〉처럼 내부 공간이 뚫린 3차원적인 표현이 활발해졌다. 격변의 시기에 작가들의 창조적 에너지가 어떻게 거대한 흐름을 만들었는지 볼 수 있다. 전시는 4월 25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