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장대한 스케일의 뮤지컬 '천국의 눈물', 감정의 과잉은 아쉬워

  • 스포츠조선=김형중 기자

입력 : 2011.02.06 14:05

◇마침내 베일을 벗은 화제의 뮤지컬 '천국의 눈물'.
"들리나요 사랑하는 내 마음, 아주 멀리 있다해도 그대 곁에 있다는 것을 믿어요."
베트남 처녀 린(윤공주)의 애절한 발라드가 울려퍼지자 객석은 차분해졌다. 한국인 병사 준(김준수)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그녀의 애절한 목소리는 중독성있는 멜로디를 타고 관객의 마음에 스며 들었다.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천국의 눈물'이 베일을 벗었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의 스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마틱한 음악, 화려한 LED 영상과 김준수, 브래드 리틀, 윤공주 등 스타 배우들의 열연을 내세워 힘찬 첫발을 내딛었다.
창작뮤지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장대한 스케일이 눈길을 끌었다. 인류사의 가장 큰 비극인 전쟁을 배경으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남녀의 불멸의 사랑을 중심으로 배신, 음모, 상실감같은 원초적인 정서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나갔다. 브로드웨이 진출을 목표로 한 작품인 만큼 보편적인 인간적 감성에 대한 호소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초연인만큼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다.
와일드혼은 대가답게 안정된 음악 구성으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내 말이 들리나요?'와 브래드 리틀이 부른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같은 넘버들은 그의 저력을 충분히 입증했다. 하지만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자신의 과거 히트작에서 귀에 익은 멜로디와 유사한 리듬이 이따금 반복돼 '옥에 티'를 남겼다.
LED 영상은 창작 뮤지컬 역사상 가장 활용도가 높았다고 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준이 폭파 장면과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장면 등은 인상적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좀더 발휘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적인 세트 대신 LED 영상을 활용하는 것은 최근의 추세이다. 그러나 그 영상은 거추장스럽고 돈이 많이 드는 세트를 대체하는 '배경 그림'이어서만은 안 된다. 입체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아울러 파스텔톤의 동화같은 화면이 많았는데 생사가 오고가는 전쟁터와는 좀 궁합이 맞지 않아 보였다.
지난해 '모차르트!' 이후 두 번째로 뮤지컬에 도전한 김준수는 성실한 자세로 무대에 임했지만 대사와 발성이 이따금 불안정했다. 뮤지컬배우로 성장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반면 '룰스 오브 인게인지먼트'를 부른 브로드웨이 스타 브래드 리틀은 풍부한 성량을 뽐내 명불허전을 과시했다.
드라마 또한 '감정의 과잉'을 드러냈다. 2막 후반부에 많은 관객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지만, 신파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감정의 대 방출보다는 안으로 삭여내는 미학적 장치가 아쉽다.
'천국의 눈물'은 기획단계부터 '미스 사이공'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 논란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은 감동과 재미, 완성도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베트남전은 하나의 모티브일 뿐이다.
와일드혼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이 작품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아이다. 제작사 또한 브로드웨이 진출을 앞둔 트라이아웃(예비 공연)의 성격으로 국내 공연을 규정했다. 조금씩 보완해간다면 창작 뮤지컬의 역사에 획을 긋는 작품이 될 씨앗은 충분히 지니고 있다. 3월1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