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I] [신년인터뷰] 안태경 고양문화재단 대표 "고양의 정체성 담은 커뮤니티 극장으로 바꿀것"

  • 오경환 기자
  • 최종석 기자

입력 : 2011.01.30 22:51

오페라 등 대형공연 줄이고 시민이 공감하는 이야기 담아,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호수공원은 제일 좋은 야외무대… 각종 공연·축제 상설화할것

28일 고양시 성사동 고양어울림누리에서 만난 고양문화재단 안태경(53) 대표는 "문화는 보수와 진보 등 서로 다른 것을 녹여내는 용광로(鎔鑛爐)"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보수와 진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화계에는 양질(良質)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을 뿐이에요. 잣대가 다르다고 항상 생각해 왔습니다. 요즘은 또 컨버전스(convergence·융합)의 시대 아닙니까?"

안 대표는 지난달 사퇴한 조석준(58) 전 대표에 이어 3년 동안 고양아람누리와 고양어울림누리를 운영하는 고양문화재단을 이끈다.

고양문화재단 안태경 대표의 말투는 똑부러졌다.“저는 부드럽지만 끈질긴 사람이에요. 공연기획, 문화사업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재단을 변화시켜 나갈겁니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많은 시민들이 새 대표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난 뒤 줄곧 서울에서 살았어요. 숭문고와 단국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연출을 공부했습니다. 어릴 때는 앵커가 꿈이었는데 대학 때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진로를 바꿨어요. 배우로 연극 무대에 서기도 했죠. 하지만 30대 중반에 공연기획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렇게 서울 연우소극장과 대학로 학전극장을 운영하게 됐어요. 학전극장은 '아침이슬'을 부른 가수 김민기씨, 영화배우 강신일씨와 함께 1991년에 세웠어요. 1993년부터는 12년 동안 공연기획사 대표로도 있었죠. 충남 백제문화제 총감독과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총감독 등도 맡았어요. 다행히 맡은 일들이 모두 성과를 냈죠. 지역문화를 세계화한 것을 인정받아 작년 7월에는 2012 여수엑스포 공연감독으로 발탁됐습니다. 그러다 고양문화재단으로 스카우트 됐어요."

―고양문화재단과 고양문화원 이사를 지내셨습니다. 고양시장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고양시와 어떤 인연이 있으십니까?

"고양시 화정동으로 이사온 지 15년이 넘었습니다. 전임 대표들 보다 고양시를 더 잘 알고 사랑한다고 생각해요. 2002년에는 축구할 곳이 마땅치 않은 학생들을 위해 고양시 유·청소년축구연합을 세우기도 했어요. 동네 8개 팀을 모아서 어렵게 시작한 것이 이제는 130개 팀 규모로 커졌습니다. 하지만 더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다른 데라면 그냥 일하고 떠나면 되는데 고양시는 내가 살고 일한 곳이니까요."

―자신이 구상하는 고양문화재단은 어떤 모습입니까?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나가실 계획이신지요?

"고양문화재단은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양만의 정체성을 담은 '커뮤니티(community)' 극장이 돼야 합니다. 세계적인 오페라나 발레도 좋지만 직장인, 주부 등 고양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시민 모니터단도 구성해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것입니다.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곧 문화를 나누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역점 사업은 무엇입니까? 또 새롭게 시도하려는 것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임기 중 제일 큰 목표는 호수공원에 한국에서 제일 멋진 야외극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고양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고양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고양시 대표 문화콘텐츠를 선보일 것입니다. 호수공원에서 하는 공연과 축제는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야외 공연은 요즘 전 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다만 외국 작품을 들여오는 게 아니라 고양의 정체성을 담아야 합니다. 그래야 전국에서 관람객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1년은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은 조직을 모으고 전투력을 강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합니다. 내년 중으로 본격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는 예산이 15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알뜰하게 살아야 합니다. 낮 시간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학생들을 위한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입니다. 주부 우울증 치유 연극 등 사회 이슈를 담은 프로그램도 운영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고양문화재단은 여러 가지 문제로 잡음이 많았습니다. 직원의 횡령과 특채문제가 불거졌고 연말에는 직원 5명이 무더기로 퇴직했습니다. 원인이 뭐라고 보십니까? 또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이십니까?

"대표가 되기 이전부터 여러 가지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편견없이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우려스러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확대 재생산된 측면도 있고 재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오해도 있었습니다. 우선 내부의 문제를 깔끔하게 털 계획입니다. 문화재단은 2004년 설립된 이후 계속 고여 있었습니다. 직급과 무관하게 사업별로 가장 적합한 직원이 팀장이 되는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겁니다. 그리고 부서 간 칸막이도 없애 통합 사무실을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직원 수가 80명도 안되는데 부서들은 쪼개져 있어요. 소통이 단절돼 있는거죠. 하지만 앞으로는 공연을 기획할 때 교육사업 등 각종 부대사업을 통합 운영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겁니다. 그리고 기획디자인, 인쇄 등 협력업체 5곳 정도를 모아 등록제도를 운영할 것입니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업체단을 선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수의계약을 맺도록 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