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감수하고 '미친 가격'… 우리 작가 널리 알려야죠"

  • 손정미 기자

입력 : 2011.01.24 23:26

영문 도록 내는 마로니에북스 이상만 대표

"외국 사람들이 왔을 때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에 대한 영문 도록 하나 내놓을 게 없었어요. 부끄러운 일이었죠."

미술 전문 출판사인 마로니에북스 이상만 대표는 최근 장욱진 화백의 영문 도록을 낸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마로니에북스는 작년에 박수근 화백의 영문 도록을 냈었다.

이상만 마로니에북스 대표는“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10명의 영문 도록을 차례로 내겠다”고 했다. /마로니에북스 제공

이 대표는 "갤러리현대 박명자 회장과 유명 작가들의 영문 도록을 내자는 데 뜻을 모았다"면서 "앞으로 이중섭과 천경자·유영국·김환기 등 10명의 작가를 영문 도록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가들의 작품과 생애·작품 해설 등을 담은 영문 도록은 수지가 맞지 않아 출판사들이 선뜻 나서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적자를 보더라도 미술 전문 출판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마로니에북스는 작년과 올해 각각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박수근과 장욱진 특별전에 맞춰 영문 도록을 냈다.

이 대표는 1994년 미술 전문 출판사를 시작한 이후 쌓은 노하우를 이번 영문 도록에 유감없이 쏟아부었다. 또한 2005년부터 세계적인 미술 전문 출판사 타센의 국내 판매권을 계약하면서 미술책 제작에 대한 기술과 정보가 크게 높아져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최고의 종이를 사용하고 책 디자인에도 각별한 신경을 쏟았다.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영문 도록을 낸다고 하니 달가워하지 않았다"면서 "직원들에게 '책이 잘못 나오면 금전적으로 손해일 뿐 아니라 잘못 만들었다는 비판까지 받는다'며 최고로 만들 것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직원들도 도록이 나올 무렵에는 인쇄소에서 살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박명자 회장도 원작품의 색과 인쇄된 색을 대조해가며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 대표는 박수근 영문 도록을 내면서 적자를 각오했지만 초판이 다 팔려나가 의외의 성공을 거뒀다. 그는 "박수근이나 장욱진 영문 도록은 7만원 정도의 가격을 받아야 하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이 보게 하자는 생각에서 4만원으로 깎았는데 그게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명자 회장은 "출판사들이 작가들의 도록을 내는 일에 나서지 않고 특히 영문 도록은 기겁을 하는데 이 대표가 손해를 보더라도 내겠다고 나서줘 너무 고맙다"며 "아무리 좋은 작가이고 좋은 전시라도 영문 자료가 없으면 외국에서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만 대표는 "영문 도록은 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과 해외의 대사관 등에도 보내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