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란도트(푸치니 오페라)' 막판 18분엔 중국色 물씬…

  • 베이징〓김기철 기자

입력 : 2011.01.19 23:18

中 국가대극원 개관 공연작, 이달 25~28일 한국 무대에
푸치니가 완성 못한 3막 후반 中 작곡가, 아리아 등으로 채워
전통민요도 맨 마지막에 배치

2008년 중국 국가대극원 개관작인 푸치니의 '투란도트'가 이달 하순 한국을 찾는다. 국가대극원 연출자와 지휘자·무대 미술을 비롯,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포함한 제작진 190명이 베이징에서 날아온다. 투란도트 공주와 타타르 왕자 칼라프, 시녀 류의 사랑을 그린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최후 작으로, 1926년 토스카니니 지휘로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됐다. 푸치니는 3막 전반 류의 죽음까지 작곡을 마치고 세상을 떠났으며, 제자인 프란코 알파노가 결말을 완성했다. 국가대극원판 '투란도트'는 푸치니가 완성하지 못한 3막 후반(18분 분량)을 중국 작곡가가 새로 작곡해서 올린 것이 특징이다.

25일 내한공연을 갖는 중국 국가대극원‘투란도트’의 한 장면. 우리 국립오페라단도 내년 상반기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으로 베이징의 국가대극원에서 오페라를 올릴 계획이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지난 13일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만난 작곡가 하오웨이야(40) 베이징 중앙음악원 교수는 "'투란도트' 3막 종반 부는 푸치니의 음악 언어와 분위기를 따라 만들어낸 것이지, 내가 마음대로 창작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푸치니 오페라 12편과 그가 남긴 23쪽 분량의 '투란도트' 작품 노트를 연구하면서 푸치니의 모티브와 아이디어를 치밀하게 연구했다는 것이다. 하오는 "냉혹한 여인이었던 투란도트가 류의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사랑에 눈뜨는지 그 변화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보탠 것은 류가 죽고난 뒤 칼라프와 투란도트가 부르는 이중창 '첫 눈물' 등 아리아 4개와 오케스트라 연주 부분이다. "가사도 원래 작품에서 덜어낸 것은 있지만, 새로 지은 것은 없어요. 국가대극원 개관 작품인 만큼, 3막 앞쪽에 들어 있던 중국 전통민요 '모리화'를 순서를 바꿔 피날레에 배치해 중국적 요소를 강화했을 뿐입니다."

오페라 '투란도트'하면 1998년 장이머우(張藝謀)가 주빈 메타 지휘로 자금성에서 올린 공연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하오는 장이머우판 '투란도트'가 야외에서 장대한 무대세트의 아름다움을 과시했다면, 자신의 '투란도트'는 극장용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엔 이탈리아 작곡가 루치아노 베리오(Berio)가 현대적 취향의 음악으로 3막 후반을 작곡한 '투란도트'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올린 바 있다.

‘투란도트’3막 후반을 새로 작곡한 중국인 작곡가 하오웨이야.
"2007년 8월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연수하고 있는데, 국가대극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투란도트'를 개관 작품으로 올리고 싶은데, 푸치니 오페라를 이해하면서 작곡 능력도 있는 음악가를 구하고 있다고요."

국가대극원과의 '투란도트' 제작은 하오의 음악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국가대극원과 두 번째 작업으로 2009년 12월 산시(陝西)성 북부 산골 마을 여교사의 사랑을 다룬 창작 오페라 '산촌여교사(山村女敎師)'를 올렸다. 연출, 극본, 무대, 의상디자이너 등 '투란도트'를 만든 최고의 제작진이 투입됐다.

오페라 불모지나 다름없던 중국에 21세기 들어 상하이대극원, 선전대극원, 베이징의 국가대극원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매달 새로운 오페라가 올라가고 있다. 국가대극원만 해도 '라 트라비아타'(2월), '산촌여교사'(3월), '카르멘'(4월), '토스카'(5월)가 잇달아 공연된다. 하오는 "지금도 상하이오페라단이 올 상반기 공연할 새 오페라를 쓰고 있다"면서 "국가대극원이 개관하면서 중국의 오페라 제작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오페라 투란도트=25~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쑨시우웨이(孫秀葦·투란도트), 박지현(류), 목워렌(칼라프) 등 출연. 리신차오(李心草) 지휘. (02)580-5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