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1.17 10:59
2011년 성남아트센터가 선보이는 화제의 무대
폴 루이스 리사이틀(4월 23일 콘서트홀)
지난 2010년 불세출의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를 한국에 성공적으로 데뷔시킨 성남아트센터의 저력은 올해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Paul Lewis를 초청하며 다시 한 번 증명될 전망이다. 1972년생인 폴 루이스는 영국 중에서도 비틀스와 사이먼 래틀을 배출한 명성 높은 음악의 도시, 리버풀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처음 배웠던 악기는 첼로였지만 열네 살의 나이에 뒤늦게 피아노로 전향해 성공한 케이스다. 피아노 앞에 앉자마자 알프레드 브렌델의 애제자로 가능성을 보였던 그는 결국 1994년 런던에서 개최된 세계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차세대 비르투오소의 대열에 여유 있게 합류했다.
하모니아 문디Harmonia Mundi 레이블의 간판 주자로 2년 전 독특한 해석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2008년 그라모폰상 ‘올해의 음반상’ 수상)을 선보이며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세계 음악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건 베토벤이 아닌 슈베르트와 함께였다. 마찬가지로 영국 출신의 테너이자 폴 루이스와 더불어 위그모어홀 단골 듀엣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는 마크 페드모어와 함께 녹음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2010년 그라모폰상 수상)와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는 성악가와 반주자의 이름이 동등하게 거론되는 수작으로 손꼽힌다. 특히 파워나 다이내믹을 앞세우는 대신 놓치기 쉬운 디테일과 미묘한 뉘앙스를 부각시키는 그의 스타일은 실내악적 묘미를 살려준다는 측면에서 슈베르트를 통해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평단의 반응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번 첫 내한 공연은 모두 슈베르트의 피아노 작품으로 꾸며진다. 슈베르트 소나타 D840과 D850, 그리고 피아노 소품 D946 모두 기교보다는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이 더욱 돋보이는, ‘느림의 미학’을 위한 작품들이다.
지난해 성공리에 막을 내린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이 올해 3회를 맞는다. ‘음악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모토 아래 2009년 처음 시작한 이래 매년 화제를 낳고 있는 이 청소년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은 본래 첼리스트 장한나의 포디엄 데뷔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로린 마젤이 장한나의 지휘 스승을 자청하면서 마젤과 성남아트센터와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미국 지휘계의 대부 로린 마젤, 그리고 그가 주도하는 캐슬턴 페스티벌과 인연을 맺으면서 성남아트센터의 앱솔루트 클래식은 단지 성남 시민의 축제가 아닌 글로벌 프로젝트로 부상, 더욱 풍성하고 더욱 치밀해졌다.
앱솔루트 클래식이 몰고 온 돌풍은 티켓 파워로 입증되었다. 일개 수도권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공연임에도 거장의 격려가 본격적으로 더해진 2010년 앱솔루트 클래식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2회 공연이 모두 2주 전에 매진되었으며, 급히 추가된 앙코르 공연 또한 이틀 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공연들은 또한 연주 이외에 장한나의 사려 깊은 해설과 오픈 토크, 그리고 오픈 리허설 등 공연의 부수적인 요소를 모두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개방, 소개하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진행되어 공연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을 함께 풀어주는 대중적인 접근으로 높은 점수를 땄다.
오는 8월 13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는 앱솔루트 클래식 3탄은 3회의 정규 공연과 1회의 야외 콘서트로 구성된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로린 마젤의 캐슬턴 페스티벌과 연계, 더욱 알찬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요 레퍼토리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부터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까지 낭만주의 시대 중요 교향곡들이 집중 배치되어 있다. 특히 야외 음악회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지난 2008년 성남아트센터를 통해 한국에 최초로 선보였던 중국 중앙국립발레단의 '홍등'이 올해 다시 앙코르 공연을 가진다. 장이머우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홍등'은 서양 모던발레, 중국 전통 춤과 곡예, 그리고 경극과 그림자극이 혼합된 초대형 무용극으로 장이머우 특유의 웅장한 스케일과 화려한 색채미가 볼거리를 선사한 바 있다. 내한 공연 당시 무대 위에 등장했던 출연진만 65명에 이르며 전통악기 연주자 13명을 포함한 72명의 중국 국립오케스트라가 함께 내한해 본토의 묘미를 더했다.
1959년 국가 주도로 창단된 중국 중앙국립발레단은 테크닉과 중국 특유의 동양미로 유럽에서 탁월한 명성을 얻고 있다. 전설의 무용수 루돌프 누레예프 또한 이 발레단에서 고문을 맡았으며 덴마크, 영국, 러시아 등지에서 성공리에 공연을 가지며 중국 발레가 세계무대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올해 처음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초대된 서호주 발레단West Australian Ballet은 러시아 발레단(발레 뤼스) 출신의 키라 부스로프에 의해 창단된 호주 역사상 최초의 발레단이다. 1952년 처음 발족한 이후 그 업적을 인정받아 1970년에는 호주 정부가 지원하는 공식 국립 발레단으로 승격되었다. 현재 호주의 서부 도시 퍼스에 있는 허 머제스티Her Majesty 극장의 상주 발레단으로 활약 중이다.
클래식발레와 모던발레 양쪽 모두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때로는 클래식발레를 모던발레로 새로 안무해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레퍼토리 확장과 시류의 흐름에 대한 민감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주역 무용수 출신인 이반 카발라리가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이후에는 레퍼토리와 안무에 유럽 본토 스타일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반 카발라리는 지난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마돈나 강수진과 함께 한국에서 갈라 콘서트에 참여한 바 있다. 호주를 대표하는 서호주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