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1.13 11:52
'정상적인' 작품이 드문 세상이다. 많은 이들이 비틀거나 뒤집으려 하고, 기상천외의 반전을 생각해내려고 머리를 쥐어짠다. 장르를 불문하고 이런 강박관념이 넓게 퍼져가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비추어 본다면 '이기동 체육관'은 '놀랄만큼' 소박하다. 아픈 상처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또 작은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어깨에 힘을 빼고 쉽게 쉽게 풀어나간다.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해피엔딩,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어 누구나 따뜻해진 가슴을 안고 극장문을 열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극의 미덕이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왕년의 복싱영웅 이기동(김정호), 그는 퇴락한 복싱체육관 관장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느날 이 체육관에 그와 이름이 같은 남자가 새로 들어온다. 어린왕자처럼 순수한 영혼을 간직한 이기동(김수로)이다. 알고보니 '미친 탱크'로 불렸던 이기동의 열렬한 팬이다. 30년 가까이 묻혀있던 두 사람의 인연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칙칙했던 체육관은 밝은 희망의 공간으로 변모해간다.
신입관원 이기동 역의 김수로는 행복 바이러스 전파자 역을 코믹하고 정감있게 보여준다. 불량 학생 역의 솔비도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풋풋한 매력을 뿜어낸다. 둘 다 튀지 않고 다른 배우들과 앙상블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박수받을만 하다.
극의 후반부에 전 출연진이 신나는 '록키' 음악에 맞춰 열정적으로 줄넘기와 섀도 복싱을 하는 퍼포먼스는 마치 대형 뮤지컬의 군무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생동감과 힘, 삶에의 용기가 객석으로 전달된다. 이 작품의 메시지를 함축하면서 드라마를 마무리하는 아이디어가 빛난다. 2월26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1588-1555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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