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문턱 낮추니 막 올리기도 전에 매진!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1.01.12 23:31

29·30일 국립현대무용단 '블랙박스'
객석 등급 없애고 표값 1만원… 사상 처음으로 공연도 1회 추가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홍승엽)의 창단공연 '블랙박스'(29~30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가 개막을 20일 앞두고 전석매진됐다. 국립현대무용단은 "관객의 관심이 높아 29일 오후 2시 공연(700석)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현대무용계에서 개막 전 매진과 1회 공연 추가는 처음 나온 '사건'이다. 초대권으로도 객석을 못 채우는 공연이 많고, 그마저도 무용 관계자들이 대부분인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이다. 한선숙 한국현대무용협회장은 "현대무용은 과반수가 초대관객이고 소극장에서도 2회 이상 공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공연‘블랙박스’는 홍승엽이 안무했던 8편을 재구성한 현대무용이다. 사진은 8편 중 하나인‘벽오금학’의 한 장면.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블랙박스'에 대한 호응은 창단공연이라는 기대감과 싼 표 값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이번에 객석 등급 없이 모두 1만원에 표를 팔았다.

'블랙박스'는 시간과 존재의 정체성을 탐구한 '데자뷔', 현대인의 일상 속 호흡을 리듬감 있게 그린 '달 보는 개', 인간의 어리석음을 유쾌하게 풀어낸 '아Q', 땅·하늘·사람의 인연을 포착한 '벽오금학' 등 홍승엽의 대표작 8편을 재료로 재구성한 현대무용이다. 과감하면서도 섬세한 동작이 많다. 오디션으로 선발돼 4개월 동안 연습한 무용수 23명이 출연한다.

8편을 관통하는 주제는 따로 없다. 안무가 홍승엽은 "블랙박스 형태의 극장에서 하나씩 이미지를 꺼내 조합했는데 재미있는 연결고리들이 만들어졌다"면서 "신체 움직임과 공간의 리듬, 음악과 미술이 만나면서 빚어내는 하모니와 에너지로 승부하는 작품이다. 춤이 왜 예술인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지난해 출범할 때 "'현대무용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겠다"고 선언했었다. 창단공연이 무용 관계자가 아니라 대중의 자발적인 구매로 매진됐다는 점에서 '블랙박스'는 출발이 좋다. 홍승엽은 "무용계 안에서 우리끼리 벌이는 잔치는 이제 그만하겠다"면서 "앞으로도 표 값은 2만원 이하로 하고, 1주일짜리 장기공연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29~30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