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1.05 10:37
공연제작사와 연예매니지먼트제작사의 '손잡기'가 활발해지고 있다. 공동 기획과 투자로 뮤지컬과 연극을 제작하는가 하면, 신인 엔터테이너 발굴 이벤트도 개최한다.
공연계와 연예계는 장르간 교류에 따른 부가가치가 크다. 서로의 필요(needs)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현황은?
'지킬앤하이드' '드림걸스'로 유명한 OD뮤지컬컴퍼니(대표 신춘수)는 5일 인기 걸그룹 카라, 레인보우 등이 소속된 DSP미디어(대표 이호연)와 함께 뮤지컬 아이돌 그룹을 선발,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연다고 밝혔다. 오디션을 통과한 배우들을 오는 4월 공연되는 '그리스'에 출연시킨 뒤 관객 투표로 음반을 발매할 가수를 뽑는다.
'슈퍼스타K'의 아이디어를 부분적으로 적용했다. 최종 관문을 통과한 연기자들은 OD뮤지컬컴퍼니와 DSP미디어에서 앨범 및 뮤지컬 활동을 병행하게 된다.
2월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오페라의 유령'으로 유명한 설앤컴퍼니와 '연예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김광수 대표가 이끄는 코어콘텐츠미디어가 공동제작한다. 음반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광수 대표는 조성모 이효리 등과 작업했고 현재 황정음 티아라 다비치 등이 소속 연예인이다. '천국의 눈물'은 아시아의 별 김준수와 브로드웨이 스타 브래드 리틀을 캐스팅했고, '지킬앤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맡았다. 새로운 제작 방식과 마케팅 기법, 캐스팅 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연계와 연예계의 본격적 합종연횡은 사실 악어컴퍼니와 나무액터스의 '무대가 좋다' 시리즈가 불을 질렀다. 1년여의 준비끝에 지난해 여름 막이 오른 '무대가 좋다' 시리즈는 체계적인 스타캐스팅을 선보였다. '클로저'에 문근영, '프루프'에 이윤지 강혜정 등이 출연했다. 물론 이전에도 스타들의 연극, 뮤지컬 출연은 있었지만 공동제작 형식으로 치밀하게 준비한 것은 '무대가 좋다'가 처음이었다.
▶합종연횡 왜?
공연계와 연예계의 손잡기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연계로서는 제작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스타 캐스팅이 가능해지며, 새로운 마케팅 기법도 익힐 수 있다. 무엇보다 대중문화의 핵심인 연예계와의 협업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연예제작사들도 사업 영역의 확장이라는 과실이 있다. 최근 침체에 빠지기는 했지만 공연 산업은 안정된 컨텐츠만 확보한다면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다. 아울러 공연계에 기반을 굳힌다면 소속 연예인들을 연극-뮤지컬-드라마-영화 등에서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이상적인'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연극, 뮤지컬 등에서 트레이닝을 시켜 드라마, 영화로 진출시키고, 다시 연극에서 충전의 기회를 갖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전망은?
악어컴퍼니 조행덕 대표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공연계, 연예계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공연제작사와 연예제작사의 교류는 바로 이런 새 모델을 찾기 위한 자구책의 하나로 등장했고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설앤컴퍼니 신정아 팀장은 "문화가 다른 연예제작사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서로 시각 자체가 넓어졌다"며 "시장에 대한 인식부터 마케팅, 캐스팅까지 서로의 노하우를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기는 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않다. 뮤지컬평론가 원종원교수(순천향대)는 "최근 2,3년간 활발하게 진행되온 스타마케팅이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는 현상"이라며 "창작 뮤지컬 제작에 자극을 주고, 뮤지컬 한류를 일으키고, 공연산업의 부가가치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작품의 질보다는 연예인들의 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교수는 "공연은 다른 장르와 다르다. 매일 밤 일정한 질을 유지해야 한다"며 "작품의 완성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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