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 NOW!] 김선욱·손열음 낳은 '꿈의 무대'

  • 손정미 기자

입력 : 2011.01.03 01:41

[메세나 NOW!] [1] 젊은 예술가들 키운 기업 후원
'금호영재콘서트'로 주목받아 장학금·항공권 아낌없는 지원
세계적 연주자로 성장 발판 삼성·LG도 영재 발굴 뛰어들어

문화예술 활동이 점점 활발해지면서 이를 지원하는 기업의 메세나(Mecenat) 활동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시작돼 이제 결실을 보고 있는 국내 메세나 활동이 거둔 성과를 문화현장에서 살펴보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지난 12월 23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와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젊은 연주자 7명이 연주하는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공연이 열렸다. 1977년 금호그룹이 만든 금호문화재단(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음악 지원은 금호영재콘서트, 금호음악인상, 악기은행 등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금호영재콘서트 무대에 섰거나 금호음악인상을 수상한 연주자들이 펼치는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는 그동안 벌여온 사업의 결실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세계 무대에 서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세계무대에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선욱(23)은 2003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당시 열다섯 살이던 김선욱은 무대에 올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와 쇼팽의 스케르초 등 1시간에 걸쳐 독주를 펼쳤다. 어린 김선욱에게 영재콘서트가 '꿈의 무대'였다면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은 '금호음악인상'이었다. 김선욱은 금호음악인상을 수상하면서 2007년부터 연주와 관련된 해외여행을 갈 때면 항공권(비즈니스클래스)을 지원받았다. 김선욱은 "기업의 지원과 스승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서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25)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지원을 통해 연주자로 성장했다.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던 손열음은 1998년 금호영재콘서트 무대에 섰다. 당시 손열음은 199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주니어)에서 2등으로 입상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피아노를 포기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손열음에게 금호영재콘서트는 '구원'과 같았다. 손열음의 재능을 알아본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이 용기를 불어넣어 줬고, 뉴욕필하모닉 지휘자인 로린 마젤과의 협연을 마련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손열음 역시 금호음악인상을 수상하면서 장학금과 항공권을 지원받고 있다.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발탁된 후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한 손열음.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20년 가까이 이어온 음악 영재 지원은 속속 결실을 보고 있다. 김선욱은 클라라 하스킬 국제콩쿠르에 이어 리즈 국제콩쿠르 등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손열음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해 두각을 드러냈으며 각국 무대에서 연주를 펼치고 있다.

미국 유학시절부터 음악에 심취했던 박성용 명예회장은 한국도 세계적인 음악가를 키워보자며 문화재단을 세워 영재 육성의 씨를 뿌렸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국내에는 몇 개의 대형 공연장밖에 없고 그나마 귀국독주회 외에는 발표 무대가 별로 없었던 1997년 '갤러리 콘서트'를 시작해 소규모 콘서트를 마련했다.

박성용 명예회장의 타계 이후 박삼구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활동은 다른 대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그룹은 1997년부터 악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 음악도에게 악기를 빌려줘 세계적인 연주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백주영과 김지연, 세종솔로이스츠 등이 혜택을 받았다. 웅진그룹은 음악 영재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해 이상은(첼로)을 비롯, 김준현(작곡)과 장준화(클래식기타) 등을 발탁했다. LG그룹도 2009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음악 영재를 발굴해 2년간 실내악 교육을 하는 'LG와 함께 하는 사랑의 음악학교'를 시작했다. 어린이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남다른 재능을 보였지만 집안이 어려워 소리를 배우지 못할 상황에 이른 박성열군의 사정을 들은 신세계그룹은 작년부터 박군의 레슨비를 비롯해 대회 참가에 드는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