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의 女王, 오페레타(가벼운 오페라)로 여행하다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0.12.31 03:02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와 협연 소프라노 임선혜
내달 '박쥐'의 '친애하는 후작님' 등 불러 "古음악 성악가 벗어나 다른 색 보여줄 것"

"제가 고(古)음악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올 초 피츠버그 심포니와 말러 4번을 공연했고요. 내년 2월엔 포레 '레퀴엠'을 소니에서 녹음하고, 공연도 가질 계획입니다."

소프라노 임선혜(34)는 "저를 더 이상 고(古)음악 성악가로만 봐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시아 성악가 가운데 임선혜만큼 유럽의 바로크음악 무대에서 활동하는 이가 드물기 때문에 고음악 전문가로 알려졌을 뿐 스트라빈스키나 쇼스타코비치 가곡 같은 20세기 음악도 활발하게 공연할 만큼  레퍼토리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내년 4월에는 슈투트가르트 오페라단과 1950년대에 초연된 풀랑의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를 공연한다.

소프라노 임선혜는“가볍고 자유로운 오페레타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임선혜가 이번엔 빈 스타일의 오페레타(가벼운 오페라)에 도전한다. 다음 달 하순 방한하는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중 '내가 만약 시골 처녀를 연기한다면' '친애하는 후작님',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중 빌리야의 노래 그리고 슈트라우스의 '봄의 왈츠'를 부른다.

"하노버와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박쥐'를 부른 적은 있지만,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클래식 뮤지컬인 오페레타는 리듬 터치가 훨씬 가볍고 자유롭기 때문에 다른 색깔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임선혜는 "오페레타는 희극적이고 연극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오페라보다 자유롭다"고 말했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임선혜는 1년에 11개월은 연주 여행을 다니느라 바쁘다. 한 해에 한 달 정도 머무는 베를린의 집은 '가구가 있는 곳' 정도의 의미다. 작년과 올해는 국립오페라단이 올린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모차르트 '이도메네오'로 국내 청중과도 만났다. "2010년엔 '이도메네오'를 시작으로 '피가로의 결혼' '코지 판 투테' 등 모차르트 작품을 5편이나 나갔네요. 모차르트 마라톤을 뛰고 온 것 같아요."

임선혜가 모차르트 전문 가수처럼 된 것은 세계적 지휘자 르네 야콥스와 잇달아 내놓은 음반의 영향이 크다. 그녀는 2006년 르네 야콥스와 '돈 지오반니'를 시작으로 '이도메네오' '티토왕의 자비' '마술피리' '가짜 정원사'의 음반을 내고, 공연을 다녔다. '고음악 성악가'로 불리는 것을 사양한다면서도 임선혜는 이 분야 역시 쉽게 놓을 수 없는 모양이다. 내년 2월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헨델 세레나데 '아치와 갈라테아'에 나서고, 5월엔 르네 야콥스와 하이든 오페라 '성기사 오를란도'를 공연한다.

임선혜는 예쁜 목소리를 지녔지만, 성량이 크진 않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 무대에서 목소리로 살아남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목소리는 타고난 것이니까 바꿀 순 없지요. 하지만 커다란 목소리로만 사람을 감동시키는 건 아닙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줄 수 있어야지요." 그녀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1월 2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02)599-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