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2.29 09:57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젊은이가 한 뮤지컬에서 만났다. 배우 강태을과 클릭비 출신의 가수 에반(유호석). 오는 1월21일 용산문화예술회관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올댓 재즈'(연출안무 서병구)의 주인공 '유태민'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일본극단 사계에서 활약했던 강태을은 '돈주앙' '대장금' '선덕여왕' 등에서 폭발적인 가창력과 강렬한 카리스마로 눈길을 끌었다. 인기그룹 클릭비에서 활약하다 뉴욕 뉴스쿨 대학에서 재즈를 전공했던 에반은 이번이 대망의 뮤지컬 데뷔전이다.
두 사람이 연기하는 유태민은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안무가. 배우의 꿈을 꾸다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다쳐 안무가로 전향, 천신만고 끝에 본고장에서 정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요즘 '아이다'(성남아트센터)에서 '조세르' 역을 열연 중인 문종원이 지난 봄 초연 때 강렬한 인상을 심었던 바로 그 캐릭터다.
"(문)종원이 형한테 어느날 전화가 왔어요. '니가 꼭 했으면 하는 역할이 있다'고 하더군요. 종원이 형이 너무 '폼나게' 해놔서 이번엔 그렇게 안 하려고요.(웃음) 카리스마 뒤에 숨은 유태민의 여린 모습, 인간적인 고뇌를 깊이있게 펼치고 싶습니다."(태을)
"연기력도 그렇고 부족한 게 하나둘이 아니에요. (강)태을이형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유태민은 겉으론 멋있어 보이지만 가슴 속에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외면과 내면을 병행해서 보여주겠습니다."(에반)
강태을은 뚜렷한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뮤지컬계의 블루칩이다. 주로 대형작품에 출연해왔던 그가 이번엔 중극장 무대를 선택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제게 필요하고 공부가 되는 작품입니다. 대본을 보고 '아 이건 내가 해야되겠다'는 느낌이 왔어요. 독특한 성격을 지닌 태민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도전욕구가 확 일더라고요. 공연이 끝날 무렵이면 많은 것을 얻을거라 확신합니다."
일본에서 솔로 활동을 해온 에반은 '올댓 재즈'에 함께 출연하는 배우 전수미가 다리를 놓아 인연을 맺었다. "평소 뮤지컬에 관심은 있었지만 사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막연했지요. 그러다 가수 외에 다른 활동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차에 딱 러브콜을 받았어요. 뭔가 운명같은 느낌? 타이밍이 기막히게 맞았습니다." 에반은 "음악은 남에게 들려주기 위해 만드는 것이지만 사실 나를 풀어내는 작업이기도 하다"며 "뮤지컬을 통해서도 내안의 응축된 것들을 풀어내겠다"고 덧붙였다.
'올댓 재즈'는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연출가인 밥 포시를 위한 오마주(homage)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끈적끈적한, 탐미적인 몸짓 속에 살살 퍼져나가는 블랙커피같은 느낌. 유태민은 바로 그 느낌을 차갑게 응축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에겐 사고 때문에 연인에게 짐이 되기 싫어 그냥 여자를 보냈던 아픈 과거가 있다.
강태을은 "처음엔 유태민이 찌질해보였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적이 있더라"고 했고, 에반은 "남자들이 의외로 이렇다. 어떤 심정인지 알 것 같다"고 했다. 두 배우가 보여줄 2가지 색깔의 태민 역이 기대를 모은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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