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담백 순수한 드보르자크죠"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0.12.23 03:02

내달 6일 서울시향과 협연하는 첼리스트 양성원
'첼리스트의 경전'인 협주곡 B단조 연주
올초 프라하에서 체코필과 녹음도 "음반 출시후 첫 서울 무대라 뜻깊어"

첼리스트 양성원(43) 연세대 교수에게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서울시향 신년음악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B단조를 협연하기 때문이다. 양성원은 3년 전 세계적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이끄는 파리 오케스트라를 비롯, 그동안 국내외 오케스트라와 10여 차례 드보르자크를 연주했다. 이번 협연이 특별한 이유는 얼마 전 '첼리스트의 경전'으로 꼽히는 이 작품 음반을 데카에서 출시한 이후, 서울에서 처음 갖는 연주이기 때문이다. 양성원은 "국내 첼리스트 가운데 드보르자크 협주곡을 메이저 음반사에서 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카잘스, 로스트로포비치, 스타커 등 어마어마한 거장들이 뛰어난 녹음을 남겼기 때문에 부담이 컸어요. 그렇다고 10년 뒤에 음반을 낸다고 해서 더 잘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기록을 남긴다는 뜻에서 욕심을 냈습니다." 그는 "다른 연주자들보다 뛰어난 음반을 남기겠다는 경쟁의식은 없다"면서 "지휘자 아르농쿠르가 말한 것처럼, 예술은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태어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첼리스트 양성원은 자신이 녹음이나 연주를 앞둔 작품의 음반은 잘 듣지 않는다.“ 무의식중에 모방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양성원은 지난 2월 드보르자크의 고향 프라하에서 드보르자크가 이끌었던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즈데넥 마칼)와 이틀에 걸쳐 녹음했다. 음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프라하의 대표적 공연장 루돌피눔의 드보르자크홀에서였다. "얼마나 신경을 썼던지 프라하에 머무는 기간 내내 극심한 몸살에 시달렸다"고 한다.

양성원의 음반에서 첼로는 홀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슬라브적 정서가 물씬 밴 선율을 첼로가 이끌어가는 2악장에서도 그렇다. "드보르자크는 첼로가 오케스트라 속에 녹아드는 것을 원했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연주 시간을 40분을 넘기지 않고 담백하게 이끌어간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양성원이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모셨던 세계적 첼리스트 야노스 스타커(Starker)는 이 음반에 대해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은 이 시대 수많은 연주자가 레코딩을 발표해온 클래식 음악 레퍼토리의 걸작이다. 양성원의 녹음은 그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는 호평을 보냈다. 칭찬에 인색한 스승이 보낸 찬사라 더욱 그를 뿌듯하게 했다.

양성원이 가장 애착이 가는 음반으로 꼽은 것도 스타커가 1962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드보르자크 협주곡이다. "순수하고 담백한 음악을 추구한 스승의 삶과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음반에는 드보르자크 피아노 트리오 4번 '둠키'가 함께 담겨 있다. 파리음악원 동료인 에마뉘엘 슈트로세(피아노), 올리비에 샤를리에(바이올린)와 함께 연주했다. 지난달 서울 한남동 일신홀에서 양성원 트리오가 연주한 '둠키'는 이윤택 연극 '오구'나 임권택 영화 '축제'를 음악으로 듣는 것 같았다. 우크라이나 민속 음악에서 유래한 '둠키'는 매 악장 구슬픈 선율이 나오다가 신나는 축제음악으로 바뀌는 등 슬픔과 기쁨의 정서가 엇갈리면서 묘한 조화를 이뤘다.

양성원 트리오는 내년 11월 LG아트센터에서 19세기 천재 화가 장승업의 호를 딴 '트리오 오원(吾園)'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 하는 연주를 갖는다.

서울시향 신년음악회, 1월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02)399-1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