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수영장의 비밀은…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12.23 03:02

뮤지컬 '아이다'… 푸르고 흰 천 배경에 배우들 와이어 묶고 연기

#1. 수직의 수영장

무대 천장에서 아래로 포그(fog·연기)가 뿜어져 내린다. 조명과 어우러지며 스파(spa) 분위기가 난다. 그런데 무대에는 위에서 수직으로 내려다본 듯한 수영장 풍경이 펼쳐지고,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이 헤엄치고 있다. 방향 전환도 부드럽다. 우주유영 같은 이 수영 장면이 펼쳐질 때 객석엔 탄성이 번졌다. 암네리스 공주(정선아)는 이 수영장에서 밖으로 나오면서 등장한다.

뮤지컬‘아이다’1막 중 수영장 장면. 두 여배우가 비키니 차림으로 공중에서 움직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2. 돌무덤의 암흑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옥주현)와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김우형)가 함께 사막의 돌무덤에 갇힌다. 허락되지 않은 사랑에 대한 형벌이다. 무대는 점점 어두워진다. 상하좌우에서 어둠이 묘실(墓室)로 돌진해 삼키는 것 같다. 마지막엔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얼굴만 주먹만큼 보여주며 암전(暗轉). 조명 효과만으로 이 그림을 만들기란 불가능하다.

뮤지컬 '아이다(AIDA)'에서 관객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두 장면이다. 1막에서 수영장 장면은 수직으로 둥근 수영장(지름 10m)을 구현하고, 2막의 돌무덤 장면은 어둠의 움직임과 형태를 정교하게 제어한다. 이 신비한 무대의 비밀은 무엇일까.

먼저 수영장 장면은 와이어(wire)를 통해 가능했다. 푸르고 흰 물결무늬 천으로 배경을 만들고 조명과 포그를 더한 다음, 허리에 두 줄의 와이어를 매단 여배우들이 공중에서 헤엄치는 동작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은 위로 올라가다 아래로 방향을 바꾸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한다.

돌무덤 장면의 어둠은 무대 상하좌우에서 까만 막(幕)들이 조리개처럼 좁혀 들어오면서 구현됐다. 4개의 막이 만나 돌무덤이 완전히 사라질 때는 바로 그 자리에 미리 매달아 놓은 조명을 밝혔다.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을 별빛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막의 이동은 자동 시스템으로 제어된다.

현대 뉴욕의 박물관과 고대 이집트를 오가는 뮤지컬 '아이다'는 아이다와 라다메스, 암네리스의 매혹적인 삼각관계를 그린다. 또 다른 주역은 창의적인 무대(밥 크롤리)와 조명(나타샤 카츠)이었다. 사막의 붉은 직사광선과 나일강의 푸른 물이 어울렸다. '모든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 '너무 멀리 온 걸까' '복잡한 인생' 등 엘튼 존이 작곡한 음악도 힘이 있었다.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지휘자가 인사할 때 "와우!" "박칼린이다. 박칼린" 같은 탄성이 나오는 것도 진풍경이었다.

▶3월 27일까지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