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반응 뜨거웠던 '공연·전시 객석 나눔'

  • 이영민 기자

입력 : 2010.12.21 00:47

36개 단체 참여, 3714명 즐겨 "교통수단 지원 늘었으면…"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예술의전당으로 시각장애인 8명이 공연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보러 갔다. 강원도 춘천의 시각장애인 거주시설 '참사랑의 집'에 사는 시각장애인들은 '재능을 나눕시다' 캠페인의 하나인 '사랑의 객석나눔'을 통해 공연을 무료 관람했다. 이들 중 초등학생 두 명은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다른 관객들과 같이 공연을 보여 탄식하거나 웃었다. 조금 앞을 볼 수 있는 다른 시각장애인과 비(非)시각장애인 인솔자들이 옆에서 무대 상황을 작은 목소리로 설명해줬다. 이들을 인솔한 지세규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이 공연을 본다는 설렘으로 2시간30분 버스 여행도 피곤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1일 나무와숲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객석나눔을 통해 뮤지컬‘아기돼지 삼형제의 대소동’을 관람한 뒤 배우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나무와숲 지역아동센터 제공
'사랑의 객석나눔'은 문화예술 단체들이 올 3월부터 문화생활을 누리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객석 일부를 무료로 나눠주는 기부다. 의정부 예술의전당, 삼성리움미술관 등 36개 단체가 참여해 11월까지 3714명이 공연을 관람했다. 의정부 예술의전당 송종석 차장은 "2007년부터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를 해오다가 소외 계층에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자 재능 나눔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재능 나눔 캠페인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객석을 나눠 받은 이들이 소감을 올려놓았다. 지난 5월 어린이 뮤지컬 '아기돼지 삼형제의 대소동'을 관람한 '나무와 숲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한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웃으며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을 보며 저도 너무 뿌듯했고 감사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6월에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관람한 '계양 한마음동아리'에서도 '내가 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좋아하는 공연을 볼 수 있다는 만족감과 감사한 마음이 나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한다'는 글을 남겼다.

전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달 청소년들을 위해 전문해설가가 작품 설명을 해준 삼성리움미술관의 전시 '리움틴즈'를 관람한 살레시오 근로청소년회관 관계자는 "아이들이 전시회나 클래식 음악회를 가서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전시회는 눈높이에 맞춘 설명이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했다"고 했다.

객석나눔이 진행되는 동안 아쉬운 점도 있었다. 대부분 공연장이 대도시에 있어 먼 지방의 소형 복지시설이나 장애인시설은 마땅한 교통수단을 찾지 못해 관람 기회를 누리지 못했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 관계자는 "주로 장애인시설에서 관람장소까지 교통수단 지원이 가능한지 문의해왔지만, 교통수단으로 재능 나눔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지 않아 지원이 어려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