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무슨 뮤지컬을 볼까?

  • 성남문화재단
  • 글=김영주(월간 '더뮤지컬' 기자)

입력 : 2010.12.17 13:41

연말 주요 뮤지컬 총정리

'지킬 앤 하이드'
올 연말 극장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뮤지컬 대작들의 특징은 미지의 신작보다는 이미 검증된 작품의 재공연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해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는 관객들의 심판대를 멋지게 통과하고 시장에서 살아남은 작품이라면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믿음이 가지만, 관객층과 관극 목적에 따라 더 어울리는 공연과 그렇지 못한 공연이 있기 마련이다.

부어라 마셔라 술독에 빠지는 송년회 대신 공연 관극을 선호하는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보는 공연을 고를 때는 아무래도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 지나치게 마니아 취향이거나 특정 집단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소재의 작품은 피하는 게 좋다. 일 년에 한 번 극장을 찾을까 말까 한 부장님도 제목만 대면 알 만하고, 젊은 직원들은 언제든 한 번은 보고 싶었는데 주머니 사정상 또는 시간 관계상 기회가 없었던 작품이라면 안성맞춤이다. '지킬 앤 하이드'(2011년 3월 3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처럼 말이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화끈한 드라마가 있고,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는 스케일 큰 아리아도 있다. 이 작품을 사랑하는 것은 관객들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마찬가지라서 주인공 지킬 역은 물론이고, 주・조연급 캐릭터까지 모두 실력이 검증된 뮤지컬 배우들로 진용을 꾸린다는 것 역시 강점이다.

'삼총사'
이제 막 데이트를 시작한 연인과의 잊지 못할 추억을 위해서라면 '아이다'(12월 18일~2011년 3월 27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를 추천한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에서 기본 얼개만 가져온 이 뮤지컬은 한국 관객들에게 특히 사랑받은 작품 중 하나다. 망국의 백성들이 겪는 설움과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지만 침략자인 적장 라다메스와 사랑에 빠져버린 공주 아이다의 갈등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2005년 초연 이후 긴 공백을 깨고 다시 무대에 오르는 <아이다>는 디즈니사가 자랑하는 아름다운 조명과 눈이 번쩍 뜨이는 무대 효과, 무대인지 런웨이인지 헷갈릴 만큼 화려한 의상으로 뮤지컬에 대한 관객들의 환상을 극대화한다. 우리 시대 최고의 송라이터 엘튼 존이 작곡한 감미롭고 파워풀한 뮤지컬 넘버 또한 매력적인데, 이 노래를 불러줄 주인공은 뮤지컬계의 디바로 자리매김한 폭발적인 가창력의 옥주현과 정선아다.

뮤지컬 '삼총사'(12월 15일~2011년 1월 31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와 '금발이 너무해'(11월 19일~2011년 3월 20일, 코엑스 아티움)는 화려한 싱글들이 친구들과 함께 연말을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품이다. '삼총사'는 대중소설인 원작의 매력을 무대에서 최대한으로 살려냈다. 현명한 리더, 우아한 꽃미남, 남성미 넘치는 거친 마초, 선량하고 꿈 많은 시골 청년 등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삼총사와 달타냥은 여성 관객들로 하여금 ‘골라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과 화려한 오페라풍의 아리아가 공존하는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리즈 위더스푼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동명 영화로도 유명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는 20~3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재기발랄하게 그려낸 칙릿 Chick Lit 뮤지컬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연인이 함께 본다면 재기발랄하고 로맨틱한 엘 우즈의 사랑에, 친구들과 함께라면 핑크색이 넘쳐나는 듯한 엉뚱한 상상력으로 사회적인 편견에 당당하게 맞서 싸운 그녀의 성공담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영웅'
뮤지컬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두 개의 시상식, 더뮤지컬 어워즈(6월)와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10월)이 치러진 후라, 수상작 가운데 공연 중인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안전한 방법이다. 두 시상식의 최우수 작품상을 모두 휩쓴 '영웅'(12월 4일~2011년 1월 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뮤지컬 '명성황후'를 보고 나오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던 관객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명성황후'를 만든 윤호진 대표가 프로듀서 겸 연출가로 일인이역을 맡은 '영웅'은 지난해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올려졌다. 민족사의 영웅인 안중근 의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뮤지컬이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을 함께 부각시키기 위해 설희와 링링이라는 가상의 여인들을 통해 멜로라인을 만들어 극의 재미를 더했다. 하지만 인간 안중근의 삶이 가장 설득력 있게 드러나는 장면은 옥중에서 처형일을 기다리다 어머니가 손수 지은 수의를 받아들 때다.

민족의 영웅이지만 자식을 앞세워야 하는 어머니 앞에서 불효자일 수밖에 없는 아들의 비통함은 관객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상복 없는 배우의 대명사로 불렸던 정성화에게 한꺼번에 두 개의 트로피를 안겨줄 만큼 배우와 캐릭터가 맞춤인 듯 어울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역으로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 매력적인 바리톤의 배우 양준모와 올 한 해 동안 뮤지컬과 드라마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한 단계 성장한 신성록까지 세 명의 배우가 무대 위에서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다시 한 번 기린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