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2.16 10:14

해외진출을 목표로 내건 창작뮤지컬 '천국의 눈물'(Tears of heaven)의 제작발표회가 며칠 전 있었다. 세간의 관심은 주로 주인공에 낙점된 김준수(시아준수)의 출연료가 얼마인가에 쏠렸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의 제작 의도와 방향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뮤지컬이 과연 해외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느냐 하는 시험대에 다시 오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천국의 눈물'도 마찬가지다. 그 이전에 해외진출을 시도했던 수많은 작품들의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지금 '천국의 눈물'의 태동이 가능했다.
짧게 본다면, 해외진출의 시발점이 된 작품은 극단 현대극장의 '해상왕 장보고'다. 지난 1995년 미국 LA부터 2002년 프랑스 파리까지 전세계 24개국 26개 도시 순회 공연을 가졌다. 임동진 송용태 등이 주연을 맡아 고대의 영웅을 되살렸다. 이 작품은 문화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비상업적 공연이라는 한계는 있었지만 한국 뮤지컬을 해외에 본격적으로 알린 첫 시도로 남아있다. 극단 현대극장은 '해상왕 장보고'외에도 여러 창작, 라이선스 작품을 통해 80,90년대 국내 뮤지컬 발전의 초석을 놓았다.
상업적으로 의미있는 첫 도전은 에이콤의 '명성황후'가 이뤄냈다. 1995년 국내 초연된 '명성황후'는 1997년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 이어 2002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도 막을 올려 호평을 받았다. '명성황후'는 순수하게 우리 스태프의 기량으로 만든 작품이었다. 에이콤은 내년에도 창작뮤지컬 '영웅'을 들고 뉴욕으로 날아갈 예정이다.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댄싱 셰도우'는 해외스태프를 창작에 대거 참여시킨 첫 프로젝트였다. 차범석의 '산불'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45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7년간의 준비 끝에 2007년 국내에서 막이 올랐다. 작곡가 에릭 울프슨을 비롯해 연출, 안무 등에 해외 스태프를 기용했다. 그러나 25억원의 적자를 보고 초연이 끝났고, 해외에서는 막을 올리지는 못했다. 흥행은 실패했지만 창작뮤지컬의 '글로벌화'를 위해 해외 인력,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활용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2009년 화제를 모은 오디뮤지컬컴퍼니의 '드림걸즈'는 신춘수 대표가 해외 제작자와 공동 프로듀서로 나서 관심을 모았다. 해외에서 결성된 제작팀에 나중에 한국인이 참여하는 형태가 아니라 초동 단계에서 함께 작업한 것이다.
설앤컴퍼니와 연예기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대표 김광수)가 제작하는 '천국의 눈물'은 지금까지 이뤄진 모든 사례를 종합했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한다. '지킬앤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만들었고, 연출과 무대 등도 브로드웨이 베테랑들이 맡는다. 또 작품의 판권, 배급권 등 모든 권리를 국내 프로덕션이 갖고 있다. 국내 공연은 트라이아웃의 성격을 띠고 있고, 해외 유명작들처럼 사전에 OST 앨범을 발매해 팬들의 관심을 유도할 예정이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는 불과 40여년 밖에 안 되고, 그 중 해외진출사는 1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도전과 시도가 있었다. 그 경험 위에 '천국의 눈물'이 있고, 김준수의 출연료도 있는 것이다.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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