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2.15 09:58

작지만 세련된 뮤지컬 한 편이 대학로 한켠에서 공연중이다. '엣지스'다.
완결된 드라마가 아니라 에피소드 중심으로 엮은 레뷰(revue)다. 원작은 벤제이 파섹과 저스틴 폴이 작사 작곡한 노래 15곡인데 여기에 우리 실정에 맞게 대사와 이야기를 살짝 넣었다.
'엣지스'라는 바에 모인 젊은이들이 털어놓는 솔직한 인생사다. 직장에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지, 멋진 연애를 언제나 하게 될지, 결혼을 하긴 해야하는데 능력있는 가장이 될 수 있을지…. 국경을 초월해 이 시대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공통의 문제를 때로는 신세한탄하듯, 때로는 친구끼리 상담하듯 쿨하게 펼친다.
원래 배경은 뉴욕의 카페이지만 이따금 서울로 급변(?)하기도 한다. 강필석 최재웅 최유하 오소연 등 네 명의 배우들은 연기만 하는게 아니라 관객들의 사연을 읽기도 하고 직접 대화도 나눈다. 객석과 소통을 시도하되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절망을 딛고 희망의 끈을 놓지않는…', '자아를 찾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라는 상투적인 주제의식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 미덕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면서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조금씩 허물어간다.
여기엔 파섹과 폴이 만든 노래들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대가 스티븐 손드하임에게 찬사를 받은 유망주들답게 뮤지컬 넘버들이 부드러우면서도 드라마를 지탱해내는 힘이 있다. 네 명의 배우 역시 가창력이 뛰어난 실력파들이라 멋진 화음을 선사하고 있다.
아름다운 멜로디라는 뼈대에 적당히 살을 붙여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약간 유행이 지난 표현이기는 하지만 '엣지'있는 작품이다. 제작 쇼팩. 내년 1월16일까지 더굿시어터.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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