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2.14 12:24
[OSEN=강희수 기자] ‘태생적 한계.’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묘사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그러나 태생적 한계가 정말로 있다면 그 객체가 감당할 괴로움은 천형(天刑)의 그것이다. 때문에 테두리에 갇힌다는 것은 언제든 그 테두리를 부정할 수 있는 에너지를 안고 산다는 것과도 동의어다. 우리가 쓰는 ‘태생적 한계’도 결국은 그 경계의 초월을 인식한 말이다. 과감히 그 경계를 뛰어넘을 때 우리는 박수를 보낸다.
한국방송공사(KBS) 본관 1층 시청자광장 갤러리에서 18일까지 열리고 있는 ‘30人+?의 컵받침전Ⅱ-재미있게 놓기’에서 오는 첫 느낌도 바로 ‘한계의 초월’이다. 컵받침이라는 일상의 소품에다 예술적 감각을 입혔고, 타고난 평면적 운명에 입체적 초월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회의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전시회는 2회째를 맞고 있다. 다양한 전공을 가진 30여 인의 전문가들이 컵받침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놓고 각자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전시회다. ‘마치 다양한 조각의 퍼즐을 맞춰 완성된 그림을 만들 듯’ 해보자는 게 이 기획전시의 발상이다.
올해는 34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지난해 30인에서 4명이 늘어났고 올해는 아예 타이틀에 ‘30인+?’을 달아 인원의 제한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전공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미술과 공예, 디자인이라는 공통점은 있다. 섬유, 공예, 산업, 시각, 도예 등의 전공자들은 각자 전공의 시각에서 컵받침이 갖고 있는 조형을 연구해 예술로 승화된 작은 세계에 담아냈다.
다양한 전공은 컵받침을 평면적 요소로만 해석하지 않았다. 사람의 발모양을 컵받침으로 형상화 했는가 하면, 컴퓨터 하드디스크 플레이어가 등장했고, 한 폭의 멋진 동양화판이 ‘세상에서 가장 대접 받는 컵’을 맞이하고 머리빗의 부드러운 브러시 부분을 이용해 컵을 고정시키는 지지대로 쓰기도 했다. 평면적 요소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은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 시선을 끈다.
이번 전시회에는 특별히 보색절주(補色節奏)라는 키워드가 붙었다. 보색의 효과를 이용해 리듬감을 심어보자는 의미로 참여 작가들에게 내려진 공통의 과제였다. 덕분에 작품은 규모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었다. 크기로 관람객을 압도하지는 않지만 형형색색 입혀진 색감들은 컵받침을 개성 넘치는 악기로 바꾼다. 이렇게 모인 ‘컵받침전’은 작은 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연상케 한다.
‘컵받침전’을 2년째 기획한 전재현 상명대 교수는 “2년차를 맞는 전시회는 첫 회보다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보색절주’라는 주제를 정한 것도 그런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서였다”고 밝히고 “공통 주제를 놓고 다양한 전공의 작가들이 작품을 출품하는 이런 형태의 전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이번에 아예 ‘아트트리’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아트트리’라는 일종의 예술 브랜드가 탄생한 셈이다. 3회 4회 그 후에도 더 좋은 기획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100c@osen.co.kr
◈참여작가(가나다 순)
강성해 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 섬유디자인전공 교수, 김영아 상명대학교-홍익대학교 출강, 김주미 상명대학교-안산공과대학 출강, 김주형 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 섬유디자인진공 겸임교수, 김태준 아이디메이트 산업디자인연구소 대표, 김희균 여주대학교 출강, 류승룡 동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모모세 히로유끼 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 교수, 박기성 경원대학교 미술디자인대학 교수, 박소형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공예학과 교수, 박찬숙 상명대학교-유한대학-홍익대학교 출강, 백경아 경원대학교-상명대학교 출강, 서동진 유한대학 겸임교수, 서은영 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 섬유디자인전공 출강, 양영완 홍익대학교 조형대학 프로덕트디자인전공 교수, 오현아 상명대학교-단국대학교 출강, 원윤경 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 섬유디자인전공 출강, 유동관 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 시각디자인전공 부교수, 육호준 경원대학교-홍익대학교-상명대학교 출강, 윤수인 Georgiou Studio 패션디자이너, 이민하 경원대학교 출강, 이상훈 홍익대학교 조형대학 프로덕트디자인전공 교수, 이윤호 명지전문대학 산업정보디자인학과 공간환경디자인전공 교수, 이종세 건양대학교 인테리어학과 교수, 임종훈 건양대학교 인테리어학과 교수, 임진이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 인테리어디자인학과 교수, 전재현 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전공 교수, 정동욱 KBS시청자 서비스부, 조태연 상명대학교 섬유디자인전공 출강, 지성근 서정대학 실내건축과 겸임교수, 최동욱 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 세라믹디자인전공 교수, 최정은 상명대학교 산업디자인전공 출강, 허지혜 서경대학교-경원대학교-세종대학교 대학원 출강, 황용섭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 인테리어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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