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영웅'… 전율 느끼는 노래… 박진감 넘치는 기차 장면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12.09 03:02

지금 한국 뮤지컬에서 최고의 남자 배우는 정성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뮤지컬 '영웅'(한아름 작·윤호진 연출)에서 그의 노래는 여러 번 소름 끼치는 체험으로 몸에 각인된다. 전율은 감정의 정직한 고백이다. 안중근 역을 맡은 정성화가 1막에서 절망에 몸부림치며 '영웅'을 부를 때, 또 2막의 형장에서 '장부가(丈夫歌)'로 죽음을 초월할 때 관객은 100년 전 안중근이 이루지 못한 꿈에 감염된다.

뮤지컬‘영웅’2막에서 안중근(정성화·오른쪽)이 이토 히로부미(조승룡)를 저격하는 장면. /에이콤 제공
"하늘이시여 도와주소서/ 우리 꿈 이루도록/ 하늘이시여 지켜주소서/ 우리 뜻 이루도록…."

정성화는 낮고 조용한 읊조림으로 출발하지만 눈이 쌓이듯 어느 순간 임계점(臨界點)을 넘어 묵직한 정서의 밀물을 만들어냈다. 노래에 감정을 뭉쳐 던지는 솜씨가 좋았다. 연기에 대한 확신과 몰입의 힘도 느껴졌다. 크고 밀도 높은 감정이 몸으로 배어 나오기 때문에 오버액션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맞아 초연된 '영웅'에는 안중근 외에 이토 히로부미(조승룡), 이토를 암살하기 위해 게이샤(일본 기생)가 된 궁녀 설희(이상은), 안중근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여인 링링(전미도) 등이 등장한다. 중간중간 덜컹덜컹 효과음을 들려주며 기대감을 부른 기차 장면은 다시 봐도 빛나는 아이디어였다. 독립군들과 일본 경찰들의 추격 장면에서는 움직이는 배우들의 몸(안무)과 조명, 미닫이문과 영상이 어울리며 박진감이 더해졌다.

전미도의 링링은 맑고 부드러웠다. 우덕순(문성혁)·조도선(조휘)·유동하(임진웅)의 조합은 더 단단해졌고 희극적으로 숨 쉴 틈을 준다. 다만 이상은의 설희는 종종 대사와 노래가 또렷이 들리지 않아 답답했다. 불안정한 음향도 보완이 필요하다.

▶정성화·신성록·양준모가 안중근 역을 나눠 맡는다. 1월 15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15 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