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2.09 03:02
서울서 독주회 가진 中 피아니스트 랑랑
"중국 5000만명이 피아노 배워 세계에 뛰어난 연주자 공급"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朗朗·28)의 독주회는 확실히 유별났다. 오른손으로 연주하면서 왼손으로 지휘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는가 하면, 페달을 밟으면서 두 발로 바닥을 쿵쿵 굴렀다. 상체를 뒤로 젖히며 손을 하늘로 올리는 랑랑 스타일은 여전했다. 그러나 베토벤과 알베니즈, 프로코피에프로 꾸민 그의 연주는 더없이 진지했다. 청중들은 랑랑의 외양이 아니라 그가 들려준 음악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지난달의 김선욱, 윤디 독주회와 함께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호연(好演)이었다.

랑랑의 이날 레퍼토리는 지난 2월 오스트리아 빈의 대표적 공연장인 무지크페라인 공연 때와 같은 베토벤 소나타 3번과 23번 '열정', 스페인 작곡가 알베니즈의 '이베리아 모음곡 1권', 프로코피에프 소나타 7번이었다. 공연 전날인 3일 오후 랑랑을 만났다. 엘리베이터 안에 함께 선 랑랑은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튀어나와서인지 177㎝라고 밝힌 실제 키보다 더 커 보였다.
―지난 2월 공연의 실황 음반인 '라이브 인 비엔나'가 '여태껏 나온 가장 뛰어난 랑랑의 음반'(영국 음악전문지 그라모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게 말하기는 그렇고…. 앨범을 만들 때마다 최선을 다한다. 이번 앨범은 내 연주 인생의 새로운 이정표이다. 그렇게 멋있고, 유서 깊은 공연장에서 연주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뉴욕 카네기홀 공연 실황 음반을 냈었는데, 두 번째는 무지크페라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니엘 바렌보임에게 베토벤 소나타를 배웠다고 했다. 이번 연주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나.
"바렌보임의 베토벤 해석은 독특하고, 정확하다. 또 철학적 접근법이 본받을 만하다. 베토벤의 작품은 아름다운 대성당과 같다.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베토벤의 난점은 작품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느린 2악장은 음악성이 심오하다. 성당의 성가대처럼 영적이고 신비롭다."
―베토벤 소나타 중에서 3번과 23번을 고른 이유는.
"베토벤의 초기 소나타는 하이든과 모차르트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3번은 '나는 베토벤이다. 누구도 모방하지 않는다'는 것을 선언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베토벤의 낙관적 태도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하기 위해 23번 '열정'을 골랐다."
랑랑은 "연주회 전반부는 전통적인 고전파, 후반부는 현대음악으로 꾸며서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고 자신의 의도를 소개했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이나 연주에 도전할 계획은 없는가.
"내년 베토벤 협주곡 5개를 살로넨이 지휘하는 필 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런던 로열알버트홀에서 녹음할 계획이다. 소나타는 모르겠다. 절반 정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난 어떤 작곡가의 전작(全作)을 연주하는 타입은 아니다."
―클래식계의 중국 바람이 거세다. 당신을 비롯, 윤디와 2008년 DG음반으로 데뷔한 왕위자(王羽佳), 2002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 바이올리니스트 천시(陳曦), 첼리스트 왕지안(王健)까지 스타들이 잇달아 출현하고 있다.
"천시는 선양(瀋陽) 동네 후배이고, 왕위자는 베이징음악원과 커티스음악원에서 같이 공부했다. 다 잘 아는 사이다. 현재 중국에는 5000만명이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작년 인터뷰에선 4000만명이라고 했는데, 그만큼 빨리 음악을 배우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중국은 큰 나라다. 세계 음악계에 뛰어난 연주자들을 공급할 수 있으면 좋은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