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연극계의 화두는 코믹 휴머니즘

  • 스포츠조선=김형중 기자

입력 : 2010.12.08 10:48

◇'휘가로의결혼'
올 겨울 연극계의 화두는 '코미디+휴머니즘'이다. 배꼽 잡고 웃다가 진한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앞다퉈 개막하고 있다.
◇'돈키호테'의 이순재(오른쪽) 박용수
세상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희극을 찾는 경향이 있다. 한바탕 웃음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면서, 삶의 의미를 되새김질할 수 있는 작품들이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이유이다.
◇'이기동체육관'의 김수로.
10일 막을 여는 제1회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은 아예 코미디를 컨셉트로 내세웠다. 지난 2005년 시작한 희극연극제가 모태로 유럽의 고전희극부터 창작 풍자극까지 총 7편을 내년 2월 초까지 시리즈로 선보인다.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실험극단의 '휘가로의 결혼'이 테이프를 끊는다. 보마르셰 원작으로 모차르트의 유명한 오페라 텍스트이기도 하다. 서인석 이영범 등 낯익은 스타들을 비롯해 40여명이 나서는 대형무대다. 26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 극단 수레무대도 프랑스의 문호 몰리에르의 대표작인 '스카펭의 간계'(21~26일)를 앙코르한다. '주인을 농락하는 꾀많은 하인'의 대표 캐릭터인 스카펭이 주도하는 속고 속이는 한바탕 연애 소동이 경쾌하게 펼쳐진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각색한 셰익스피어의 로맨스 희극 '사랑의 헛수고'(한국연극연출가협회, 29일~1월6일)에 이어 이근삼의 대표작 '국물 있사옵니다'와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1월9일~16일) 두 편이 릴레이로 펼쳐진다. 7년 전 죽은 아내의 유령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유쾌한 유령'(1월14일~23일)이 관객들을 만나고 나면 대학로의 대표연출가 박근형의 신작 '처음처럼-못된 사나이의 파란만장 좌충우돌'(1월27일~2월6일)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악한 성품 때문에 교도소까지 다녀온 남자가 잠깐 반성의 기미를 보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유언대로 평생 못되게 살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박근형 특유의 블랙 코미디에 담아낸다. '스카펭의 간계'부터 여섯 작품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10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돈키호테'도 큰 범주에서 '코믹 휴머니즘'에 포함된다. 스페인 문호 세르반테스의 걸작이 원작. 텍스트는 프랑스의 극작가 빅토리앵 사르두가 1874년 쓴 희곡이다. 독창적이면서 파격적인 감각을 선보여온 양정웅 연출이 고전을 어떻게 해석해낼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노배우 이순재(75)를 비롯해 한명구 정규수 박용수 김영민 등 실력파 배우들이 나선다. 내년 1월2일까지.
배우 김수로 강성진과 만능엔터테이너 솔비의 출연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는 '이기동 체육관'은 어느날 갑자기 권투가 하고 싶어 체육관을 찾은 엉뚱한 청년과 인생과 권투를 포기하고 살아가던 원장이 엮어가는 이야기다. 웃다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전형적인 코믹 휴먼 스토리로 31일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개막한다.
서민극시리즈와 고 이근삼 추모 희극제 등을 기획했던 극단 신화의 김승민대표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일수록 무거운 작품보다 경쾌한 코미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맘때면 즐거운 마음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고 싶은 심리도 강하기 때문에 코믹 휴먼 스토리가 선호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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