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딸도 첫 뮤지컬 "허스키한 목소리 닮았죠"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12.07 03:01

전영록·보람 父女, 함께 뮤지컬 공연
전보람 "한무대 재밌을 것 같아요"
전영록 "공연 망치는 악몽 꿔… 허허"

아빠는 20분 늦은 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비켜 앉았다. 가수 전영록(55)과 7인조 걸그룹 '티아라'의 리더 전보람(25)이다. 아빠는 "잠은 잘 자냐? 밥은?"부터 물었고, 딸은 늦은 점심을 시켜 먹었다.

전영록·전보람 부녀가 함께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1970~80년대 하이틴 영화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그 시절 대중가요로 속을 채우는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17일부터 서울 마포아트센터)다. 아빠도 딸도 뮤지컬은 처음이다. 전보람이 "아빠랑 같이 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자, 전영록은 "난 공연 망치는 악몽을 꾼다"로 받았다.

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전영록(오른쪽)·전보람 부녀는“우리도 3대(代)째 연예인이지만 팬들이 가족과 공연장에 와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우리(가수들)는 가사는 들어오는데 대사가 안 들어와요. 배우들은 반대겠지. 선친께서 '너도 무대가 무서울 때가 올 것'이라고 했는데 딱 맞아요. 심장 떨리고 무서워요."

전영록의 부모는 영화 '5인의 해병' '독짓는 늙은이'의 배우 황해와 '봄날은 간다'의 가수 백설희다. 1976년 '나그네 길'로 데뷔한 가수 전영록은 '종이학'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불티' 등을 히트시켰고 영화 '돌아이'로도 기억되는 당대의 스타였다. 그는 "대중은 TV에 안 나오면 잊지만 나는 작은 무대에서 계속 노래를 부르며 영화·음반 일도 하고 있다"면서 "요즘 아이돌이야 기침만 해도 알려지지만 내 또래 가수들은 음반을 내도 알릴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딸이 가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아빠는 막지 않았다. 전영록은 "스스로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면 그쪽으로 가는 것"이라면서 "나 역시도 물려받은 건 DNA뿐이다. 집에서나 내 딸이지 밖에선 모른다"고 했다. "어릴 적 아빠가 기타 치며 노래하는 모습이 좋았다"는 전보람은 "닮아서인지 내 목소리도 낮고 허스키하다"며 웃었다. 듣고 있던 아빠가 걸그룹을 품평했다.

"난 '티아라' 안 좋아해. 생계형인 '브아걸'을 더 좋아하지.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해라. 요즘 걸그룹들이 깎고 넣고 깎고 넣고 하면서 얼굴 고치는 걸 보면 안타깝다."

1970년대 고교 야구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에서 전영록은 야구감독, 전보람은 여주인공 홍정화 역을 맡는다. 뮤지컬에서는 '못 찾겠다 꾀꼬리'(조용필) '진짜진짜 좋아해'(혜은이) '광화문 연가'(이문세) '처음 본 순간'(송골매) '어서 말을 해'(해바라기) 등 대중가요 27곡이 흘러나온다. 전영록은 자신의 히트곡 '종이학'을 부르고 전보람은 아빠가 작곡한 '나를 잊지 말아요'를 부른다. 아빠가 30년 선배다운 표정과 어조로 딸에게 말했다.

"보람아, 옆에서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려 놓아도 먹는 건 너야. 히트곡은 곡이 좋아서가 아니고 가수가 잘 불러서 된 거란다." (02)3143-5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