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천] [이 사람] "시민들에 행복 선사… 청중 요구 꼭 반영"

  • 이신영 기자

입력 : 2010.12.06 23:00

취임 두 달 맞는 금난새 인천시립교향악단 감독
청중 모두 나갈때까지 조명 불 꺼선 안돼… 고객 욕구에 부응하는 기업가 정신 배워야
송도 인천아트센터를 세계적인 공연지로…

금난새(63) 인천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취임한 지 두 달이 되어간다. 금 감독은 "평소 인천을 미래의 큰 문화적 관문으로 생각해왔다"며 "확정된 건 아니지만 송도국제도시에 짓는 인천아트센터의 음악 프로그램 등을 기획해 세계적인 공연지로 만들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인천시향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금 감독을 만났다.

―두 달간 인천시향과 함께 해보니 어떻습니까?

"지휘자가 일방적으로 악단을 끌고가는 방식이 아니고 단원들이 능동적으로 연주하게끔 하는 저의 뜻을 잘 이해해 별 무리가 없습니다. 단원들도 프로 아닙니까. 새롭게 해보려고 모두 노력하고 있습니다."

금난새 인천시향 예술감독이 인천시향의 운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적지않은 변화를 주고 있는 것같습니다.

"11월 초에 취임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표가 매진됐습니다. 단원들이 '그동안 식구들 초대해서 관객석을 채웠는데 흥분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연주회가 막 끝나고 청중들이 나가고 있는데 무대감독이 조명을 껐어요. 깜짝 놀랐죠. 바로 '청중이 단 한 사람 남아 있어도 조명을 끄지 말아라'고 지시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밥을 다 먹었다고 불을 꺼버리면 되겠습니까? 그럼 두 번 다시 오지 않죠. 아주 작은 변화지만, 그게 바로 오케스트라의 '생산성'을 높이고 '유령표'가 아닌 '유효표'를 늘리는 길이라고 봅니다. 식당들도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듯이 시향도 고객의 반응을 알아보고 이를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마케팅 활동을 할 겁니다."

―기업 사외이사로도 활동하시고 예술인으로 '기업가 정신'을 많이 강조하시던데요.

"수십년 전의 삼성전자는 단지 우리나라에서만 알아주던 회사인데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이 됐습니다. 엄청난 노력이 없었으면 사라졌을 것입니다. 시립교향악단은 시의 예산을 받습니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지요. 이제는 스스로 물어봐야 할 때입니다. '그 동안 얼마나 변하고 도전했냐'라고. 수천억원의 매출 목표를 달성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들의 노력, 그걸 예술인들도 알아야 한다는 거죠. 기업가 정신을 높게 사는 것은 '그냥 예산 주니까 연주한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과 예술은 앞으로 윈·윈(win·win)해야 합니다."

―기업 논리에 지나치게 치우치면 영리를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돈을 벌자는 게 아닙니다. 음악으로 감동의 폭을 넓히자는 것이죠. 이를 위해 단원들에게 기본적인 태도 변화부터 당부했습니다. 단원들이 관객들에게 먼저 '반갑습니다' '와서 고맙습니다'라고 말을 걸도록요. 관객석은 꽉꽉 차야 합니다. 청중은 '고객'이고 우리는 그들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우리 연주 잘한다고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청중들이 100% 이상 만족하는 음악을 들려줘야 합니다."

―인천시향은 어떻게 맡게 되었나요?

"4개월 전쯤 송영길 인천시장을 만났습니다. 그때 제가 먼저 제안했어요. 음악 경험을 인천과 송도의 문화 발전을 위해 바치고 싶다고 말했지요. 사실 그전부터 쭉 눈여겨봤어요. 마침 9월에 인천교향악단 지휘자가 떠났고, 제가 바로 오게 됐습니다. 경험을 최대한 살려 인천아트센터를 해외에서도 부러워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동생인 금노상(57)도 이곳 교향악단에서 오랜 기간 지휘자 생활을 했습니다."

―어떤 시향을 만들려고 하는지요?

"시립교향악단이 시민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꼭 듣고 싶어요. 기업이 수요자의 욕구를 반영해 상품을 만들 듯이 연주자는 청중의 입장에서 공연해야 합니다. 청중은 고객입니다. 연주하는 곡들도 고객이 원하는 걸 해야 합니다."

―두 자녀는 음악가의 길을 가지 않았네요.

"둘 다 경영학도로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요(웃음). 아쉬움은 없어요. 물론 자식들이 음악 재능이 뛰어나지만 각자 적성과 재능에 따라 삶을 설계하는 것이죠. 지금 서울 서초동에서 같이 사는데, 내년에 같이 송도로 이사올 계획입니다. 주량이요? 와인 두 잔이면 충분합니다."

금 감독은 수원시립교향악단을 오랫동안 맡아 연간 공연 60회가 넘는 악단으로 발전시켰으며, 청소년을 위한 해설 음악회를 여는 등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공연 수익금을 창출하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연간 100회가 넘는 공연 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