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튼 내 인생' 허정도, "영향력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인터뷰]

입력 : 2010.11.29 10:21




[OSEN=조경이 기자] 연극 ‘개가 튼 내 인생’이 대학로에서 관객들에게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개를 피하기 위해서 버스 운전기사가 운전대를 틀어 버린 순간, 다른 방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4명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된다. 이후부터 이들이 사후세계에서 겪는 에피소드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개가 튼 내 인생’은 사후세계가 있다는 가정 하에 정말 자신이 죽었는지 받아들이는 과정, 이후 죽기 전에는 별 생각 없이 가벼이 취급했던 가족 직장 일에 대해서 다시 돌이켜보며 후회와 더불어 감사의 마음을 절절히 담아낸다.

극중에서 배우 허정도(32)는 부장 승진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는 이기적이고 사회생활에 찌들어있으면서도 살아남는데 달인이 된 회사원으로 출연해 관객들을 웃긴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 다른 3명의 캐릭터와 비교해서 생존의 법칙을 온몸으로 터득한 인물을 연기하며 허정도는 넉살 좋은 연기와 재치, 여기에 똑 떨어지는 발성과 호흡, 흡입력으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연기에 대한 열망으로 한예종 연기과에 다시 입학해 졸업을 했다. 어떻게 연기에 대한 열망이 처음에 생기게 됐는지.

▲대학교 다닐 때는 연극을 안 해봤고 선생님 하려고 교생실습까지 했었다. 졸업하고 좀더 재미있는 게 없나 찾아보다가 논문 쓰고 학교에서 여름 코스모스 졸업을 했는데 학교에 포스터 한 장이 눈에 띠었다. 외국어 연극제가 열리는데 배우를 구한다는 것이었다. 옛날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라서 지원을 했다.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해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아 이거구나 싶었다’ 그래서 군대 간 후에도 연극을 하고 싶다면 이 길을 가겠다고 생각했는데 군대를 갔다오고 여행을 갔다와도 연극을 너무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예종 대학원 과정으로 07학번으로 입학했다.

- 다른 배우들보다 늦게 연기를 시작해서 초반에는 초조한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사실 한예종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즐겁지 않았다. 잘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긴장을 많이 했고 이들을 빨리 따라잡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서른에 늦게 시작했고 학부에서나 고등학교 때 연극반을 한 적도 없는데 다른 이들은 대부분 연극을 오래 한 이들이었다. ‘아 빨리 따라잡아야지’라고 생각을 하고 날을 세워서 살았는데 막상 연기를 해보니까 이래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 마음을 풀고 나니까 연기하는 게 재미있고 즐거웠다. 그 다음부터는 무대 위에서 즐기면서 공연을 했던 것 같다.

- 우수한 학교를 졸업해서 머리를 쓰는데 익숙해졌을 텐데 무대 위에서 감정적인 몰입을 하며 자신을 내던지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연기는 정말 내 생각대로 잘 안 되는 것 같다. 감정적인 부분에서 몰입을 하고 연기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 철학과를 다니면서 머리를 쓰는 게 재미있었는데 무대 위에서는 머리를 쓰면 재미가 없었다. 감각적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데 초반에 그렇지 못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정말 내가 머리를 안 쓰고 무대 위에서 그 순간을 살았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예를 들면, ‘아까 이거 틀렸는데’라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인물이 돼 그 순간을 사는 게 행복하다.

- 무대 위에 오르기 전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대 위에 서기 전에 춤도 많이 추고 스스로 몸을 많이 풀려고 노력한다. 또 내 스스로 재미있어야 연기도 잘 나오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려고 한다. ‘오늘 공연이 내 생애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공연을 한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니까 마지막일 수도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을 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마지막 공연인데 이 공연에서 내가 행복하지 못하면 아쉬우니까’라는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 연극을 하면서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사는 것을 포기했다. 돈에 대한 부분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연극에 매달리고 있는데 아쉬운 점은 없는지.

▲사람의 기질인 것 같다. 저한테는 재미있는 일이 없으면 저 스스로 생기가 없는 것 같다. 저에게 가장 재미있는 일, 제가 스스로 가장 살아 있다고 느끼는 때는 연기를 할 때다. 그래서 연기를 하게 됐다.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것 외에 논술학원이나 영어 과외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다.

- 앞으로 배우로서의 목표는.

▲열심히 연기를 해야 한다. 열심히 안 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오랫동안 못한다. 잘 해야 나를 불러주기 때문에 무조건 열심히,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대중에게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예술을 관람하는 관객이 되는 것도 좋지만 음악이든 연극이든 프로가 아니라도 주최가 됐으면 좋겠다. 예술은 훌륭한 자양강장제다. 어차피 삶은 고루하고 힘든데 그 삶을 긍정적으로 버티게 해주는 힘이 예술에서 나오는 것 같다.

crysta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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