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배우 박정자, '우리시대의 어머니'로 변신

  • 스포츠조선=김형중 기자

입력 : 2010.11.25 10:59

◇소리극 '어머니의 노래' 주인공을 맡은 연극배우 박정자.
"누구나 마음 속에 어머니가 있잖아요? 굳이 억지로 꾸미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풀어내야죠."
원로배우 박정자(68)가 험난한 근대사를 헤쳐온 우리 시대의 어머니로 변신했다. 지난 25일 경기 포천에서 스타트를 끊은 소리극 '어머니의 노래'가 그 무대다.
'어머니의 노래'는 격동의 우리 근대사를 한 여인의 삶을 통해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한국전쟁과 고된 피난길, 흥남부두의 이별, 근대화의 거센 물결을 헤쳐나온 한 여인의 이야기를 '굳세어라 금순아' '님과 함께' '꽃밭에서' 등 친숙한 대중가요와 춤을 통해 풀어낸다. 박정자는 이 중 '동백아가씨'와 '굳세어라 금순아' 등 3곡을 직접 부른다.
어머니 캐릭터는 사실 손 숙, 강부자 등 수많은 배우들이 소화해왔다. 박정자 역시 어머니 역에 관한 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10여년에 걸쳐 앙코르되어온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를 비롯해 안중근의 어머니로 변신한 최근작 '나는 너다'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무대에서 어머니상을 열연해왔다.
"일상에서는 어머니 역할을 잘 못하지만 무대에서는 참 많이 했다(웃음)"는 그는 무엇보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6.25전쟁도 겪었고, 1.4후퇴 현장에도 있어서 사실 개인적으로 익숙한 이야기에요. 노래극이기는 하지만 배우인만큼 연기로 절대적인 존재인 어머니를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때 어머니들이 다 이렇게 살아오셨어요. 그걸 그대로 무대에 풀어놓는 거지요"라고 덧붙였다.
'KRA(한국마사회)와 함께 하는 농촌희망재단'이 주최하는 '어머니의 노래'는 특이한 작품이다. 한 공연장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포천을 비롯해 단양 함안 양평 등 지방 군단위 13곳에서 12월28일까지 순회공연된다. 지방 문화 활성화를 위해 입장료는 무료다. 박정자는 "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지방순회 공연을 하던 기억이 난다"며 "유랑극단처럼 이 작품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시작했다"며 활짝 웃었다.
박정자 외에 뮤지컬 배우 배해선이 젊은 시절의 어머니 역, 이건명, 그룹 Y2K 리더 고재근이 남편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현대무용의 박명숙, 대학로 예술극장 예술감독 안애순의 안무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곡은 조윤정, 연출은 강성우가 맡았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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