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1.25 10:51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국내에서 창작뮤지컬로 재탄생하고 있다.
㈔대구뮤지컬페스티벌이 제작해 내년 제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개막작으로 선보이는데 이어 서울시뮤지컬단도 내년 레퍼토리로 '투란도트'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구 '투란도트'는 최근 이건명 신영숙 임혜영 이정화 등 주요 캐스팅도 발표했다. 다음달 11,12일엔 트라이아웃(정식 개막에 앞서 열리는 테스트 공연) 무대를 갖는다. 최근 김효경 단장이 취임한 서울시뮤지컬단도 변화의 카드로 '투란도트'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 물론 대구 버전과는 원작만 같을 뿐 음악 등 나머지는 다른, 독자적인 '투란도트'다.
서울시뮤지컬단의 프로젝트가 현실화된다면 내년에 국내 팬들은 2가지 색깔의 '투란도트'를 만나게 된다. 원작자 지아코모 푸치니가 하늘에서 이 소식을 듣는다면 굉장히 기분이 좋을 듯 하다. 로열티를 받지 못한다는 게 아쉽기는 하겠지만.
오페라가 뮤지컬로 바뀌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브로드웨이 히트작인 '렌트'는 푸치니의 '라보엠'을 현대 뉴욕 뒷골목으로 옮겨놓았고, '빅4 뮤지컬'의 하나인 '미스 사이공'은 역시 푸치니 '나비 부인'의 베트남판이다. 베르디 오페라와는 거의 관계가 없지만 디즈니 뮤지컬 '아이다'도 있다. 공교롭게도 푸치니의 작품이 많은데, 가장 대중적인 감성의 작곡가로 불렸던 만큼 '영입 1순위'가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장르의 작품을 차용하는 것은 물론 오페라가 처음은 아니다. 오페라에 앞서 수많은 영화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2000년 이후 불기 시작해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는 '무비컬' 붐이다.
해외에서 '웨딩 싱어', '금발이 너무해' '빌리 엘리어트' '슈렉' 등이 속속 나왔고, 이 영향을 받아 국내에서도 '라디오 스타' '내마음의 풍금' '마이 스케어리 걸' '싱글즈' '서편제' 등 수많은 작품들이 등장했다. 2,3년전에 비하면 기세가 한 풀 꺾인듯 하지만 지금도 공연 중인 뮤지컬의 상당수가 무비컬이다.
무비컬 열풍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해왔다. 뮤지컬의 새로운 대안,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측면에서는 환영받았지만, 창작력의 빈곤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작품의 리빌딩인 만큼 마케팅에서는 유리했지만 어렵고 힘든 창작의 길 대신 쉬운 길을 택했다는 시선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뮤지컬을 둘러싼 환경은 어렵다. 찬반의견이 공존하고 있지만 자구책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에 대해 뭐라 하기도 사실 힘들다. 결국 문제는 결과물의 질이다. 많은 무비컬들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이유는 영화가 원작이어서가 아니었다. 인지도에 편승하려 했을뿐 뮤지컬의 문법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에 이어 오페라가 뮤지컬의 또다른 '원천 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새로운 시도인 만큼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위해선 무비컬의 경험을 잘 참고해야 할 것이다. 엔터테인먼트팀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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