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1.24 09:42

'애들이 커졌어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주인공들의 부쩍 성장한 모습이 화제다. 더이상 귀여운 해리 포터와 에르미온느가 아니다. 건장한 20대 청년, 섹시한 숙녀가 돼버렸다. 영화야 시리즈에 따라 설정을 달리하면 되겠지만, 공연은 그렇게 할 수 없다. 텍스트 속의 캐릭터는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아역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뮤지컬이 늘면서 이들 제작사의 색다른 고민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한두달이 무섭게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 '오디션 때 그 모습'이 아닌 경우가 흔해서다.
특히 장기공연일수록 이런 일이 두드러진다. 지난 8월부터 공연 중인 '빌리 엘리어트'(LG아트센터)가 대표적인 예.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오디션과 트레이닝을 거쳐 4명의 빌리를 선발했는데, 그 중 김세용 임선우 두 빌리가 1년 만에 12cm가 커버렸다. 변성기가 시작된 빌리도 있다. 빌리의 오디션 기준은 '변성기를 지나지 않은 키 150cm 이하의 소년'.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축하와 부러움을 받을 만한 일이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쩝~'하고 입맛을 다실 만하다.
제작사인 매지스텔라 측은 "한창 클 때라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키를 줄일 수도 없고(웃음), 일단 바지길이를 늘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빠른 '성장세'를 고려해 새로운 빌리를 트레이닝 중이다. 매지스텔라는 "내년 초에 '새 얼굴'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빌리 엘리어트'는 해외에서도 항상 새로운 빌리를 준비해 놓고 공연해왔다. 2005년 영국 초연 당시엔 원작영화(2000년)의 주인공 제이미 벨을 무대에 세우라는 팬들의 요구가 빗발쳤지만 역시 청년이 되어버려 좌절된 적도 했다.
오는 12월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하는 가족뮤지컬 '애니'도 엇비슷한 경우다.
'빌리 엘리어트'처럼 장기 공연은 아니지만 서울시뮤지컬단은 2006년부터 해마다 12월이면 아역배우들이 많이 나서는 '애니' 또는 '오즈의 마법사'를 공연해왔다. 꼬마배우들의 출연 욕심이 성인 못지 않지만 2년 연속 애니나 도로시('오즈의 마법사' 주인공)를 맡기란 쉽지 않다.
지난 2006년 애니를 맡았던 전예지 양은 2007년엔 오디션을 포기했고, 2007년 애니였던 이지민 양 역시 이듬해 변성기가 왔다. 2007년 애니에 더블캐스팅됐던 장도연 양만이 2008년에 '도로시'를 따내는 행운을 움켜쥐었다.
또 지난해 '도로시'였던 황지우 양은 올해 '애니' 오디션을 봤지만 지난해보다 키가 10cm 이상 자란 덕분에 '애니'의 고아원 친구로 골목대장 캐릭터인 '페퍼' 역에 낙점됐다. 한편 올해 두 명의 애니 중 한 명인 김미랑 양은 초연 때 고아원 막내 몰리 역으로 시선을 모았던 꼬마스타다. '나이에 맞춰' 잘 자라 올해 애니가 됐다.
'애니'의 김덕남 연출은 "어른이나 아역 배우나 나이에 캐릭터를 맞춰야하는 것은 매 한가지"라며 "다만 아이들의 경우 그 시간의 폭이 짧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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