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1.23 03:04
설치미술가 최재은, 도쿄 하라미술관에서 개인전
전시장 가득 은은한 나무 향기 나무 뿌리부터 여름과 겨울 숲…
존재의 탄생~소멸의 한 바퀴

"밀감이 점점 노랗게 변하고 있어요. 시간을 다룬 최재은 선생님의 전시와 어우러져 더 아름답습니다."
21일 한국 작가 최재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일본 도쿄 하라(原)미술관의 와타나베 준코씨는 작가의 설치작품 〈아소카의 숲〉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소카의 숲〉은 캐나다에서 현대문명을 멀리하고 자급자족하는 아미시(Amish) 그룹이 쓰다 버린 목재를 가져다 전시장에 길게 쌓아올린 작품이다.
설치작품이 전시된 방의 창 밖에 노란 밀감이 자라고 있었다. 관람객은 비스듬하게 쌓아올린 나무를 밟아보면서 나무에서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작가는 "버려진 나무였지만 이제 다시 살아 있는 나무가 됐다"고 말했다.
비디오 작품 〈Forever and a Day〉는 1000년 이상 된 삼나무의 뿌리를 5대의 카메라로 클로즈업해 동시에 촬영했다. 엄청난 크기의 나무뿌리가 흑백의 풍경화 같기도 하면서 영원히 흐르는 시간을 말해주는 것 같다. 또 빛이 새 들어올 틈이 없는 어두운 열대림 속에 혼자 앉아 있는 듯하다. 시간과 존재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시간의 불가역성에 무게를 두었다면 이번에는 시간을 통한 존재의 탄생과 성장, 소멸이 순환고리를 이루고 있다.
21일 한국 작가 최재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일본 도쿄 하라(原)미술관의 와타나베 준코씨는 작가의 설치작품 〈아소카의 숲〉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소카의 숲〉은 캐나다에서 현대문명을 멀리하고 자급자족하는 아미시(Amish) 그룹이 쓰다 버린 목재를 가져다 전시장에 길게 쌓아올린 작품이다.
설치작품이 전시된 방의 창 밖에 노란 밀감이 자라고 있었다. 관람객은 비스듬하게 쌓아올린 나무를 밟아보면서 나무에서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작가는 "버려진 나무였지만 이제 다시 살아 있는 나무가 됐다"고 말했다.
비디오 작품 〈Forever and a Day〉는 1000년 이상 된 삼나무의 뿌리를 5대의 카메라로 클로즈업해 동시에 촬영했다. 엄청난 크기의 나무뿌리가 흑백의 풍경화 같기도 하면서 영원히 흐르는 시간을 말해주는 것 같다. 또 빛이 새 들어올 틈이 없는 어두운 열대림 속에 혼자 앉아 있는 듯하다. 시간과 존재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시간의 불가역성에 무게를 두었다면 이번에는 시간을 통한 존재의 탄생과 성장, 소멸이 순환고리를 이루고 있다.

〈환영(幻影)의 이면(裏面)〉 연작은 여름과 겨울 숲 속을 연속촬영한 작품이다. 화면에는 나무나 산과 같은 구체적인 형체 대신 색과 빛이 만든 추상화가 남겨졌다. 산 위의 밝은 빛과 겨울의 마른 숲이 만들어낸 어둠은 서로의 경계를 물들이고 흡수하면서 시적(詩的)으로 다가온다. 그 속에는 슬픔과 낙담도 엿보이지만 평온함과 희망의 기운이 완연하다. 작가가 전시공간을 오랫동안 연구해서인지 작품은 전시장과 어우러지고 있다.
최재은은 1970년대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도쿄 소게츠학교에서 화도(花道)로도 알려진 이케바나(일본 꽃꽂이)를 배웠다. 이케바나에서 꽃이라는 식물을 통해 생명에 눈뜨고 꽃꽂이 공예를 통해 공간 조형에 대한 감수성을 익혔다.
최재은은 또 소게츠학교에서 일본의 아방가르드 영화감독이자 조각가인 데시가하라 히로시에게 배웠다. 소게츠학교는 1970년대 비디오아트 창시자인 백남준과 독일의 요셉 보이스 등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작품을 보인 전위적인 예술공간이기도 했다. 최재은은 당시를 떠올리며 "백남준 선생님한테 많은 걸 배웠고, 신세를 졌다"고 말했다.
최재은은 1986년부터 '월드 언더그라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국의 경주를 비롯해 세계 7개국 땅 밑에 종이를 묻어 몇 년 뒤 꺼내보는 작업이다. 종이는 세월을 거쳐 각각 색과 형태가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다. 작가의 의도와 땅속의 미생물이 함께 만들어낸 추상화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시간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느꼈다. 시간과 공간에 이어 존재를 탐구해온 작가는 1995년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참가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도쿄에 거주해온 작가는 다음 달 독일 베를린으로 작업실을 옮길 계획이다. 작가는 "그동안 누리고 익숙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하라미술관 전시는 12월 26일까지 이어진다. 81-3-3445-0651
최재은은 1970년대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도쿄 소게츠학교에서 화도(花道)로도 알려진 이케바나(일본 꽃꽂이)를 배웠다. 이케바나에서 꽃이라는 식물을 통해 생명에 눈뜨고 꽃꽂이 공예를 통해 공간 조형에 대한 감수성을 익혔다.
최재은은 또 소게츠학교에서 일본의 아방가르드 영화감독이자 조각가인 데시가하라 히로시에게 배웠다. 소게츠학교는 1970년대 비디오아트 창시자인 백남준과 독일의 요셉 보이스 등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작품을 보인 전위적인 예술공간이기도 했다. 최재은은 당시를 떠올리며 "백남준 선생님한테 많은 걸 배웠고, 신세를 졌다"고 말했다.
최재은은 1986년부터 '월드 언더그라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국의 경주를 비롯해 세계 7개국 땅 밑에 종이를 묻어 몇 년 뒤 꺼내보는 작업이다. 종이는 세월을 거쳐 각각 색과 형태가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다. 작가의 의도와 땅속의 미생물이 함께 만들어낸 추상화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시간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느꼈다. 시간과 공간에 이어 존재를 탐구해온 작가는 1995년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참가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도쿄에 거주해온 작가는 다음 달 독일 베를린으로 작업실을 옮길 계획이다. 작가는 "그동안 누리고 익숙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하라미술관 전시는 12월 26일까지 이어진다. 81-3-3445-0651